2008.02.22 13:52

삶은 계란을 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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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을 까며



                                                                          이 월란





삶은 계란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
“生”이라는 죽어가는 희망에 갇힌 곡피 속에서
뭉클뭉클 흔들리던 생이별
덩이진 생계란의 낭창거리던 흔들림이 말소된어버린
체념된 희망수표같아 차라리 편안하다
절망 앞에 고즈넉이 눈을 감은 회한의 얼굴이다
번뇌의 장애를 뛰어넘은 표정이다
병아리가 되지도 못할 굼뜬 결창같이 아리던 것들
이제는 응고되어버린 선택없음의 여유도 좋다
아기주먹만한 옴나위 속에서 내장으로 꿈틀대던 아픈 미몽들
이제, 껍질을 벗기자면 균열이 필요하다  
눈 맑은 내 아이의 이마에 쳐서 눈 흘기며 웃어도 좋고
일상의 각진 모서리에 콕콕 찍어도 좋고
이젠 만성으로 두다리 편 널찍한 테이블에 살짝 떨어뜨려도 좋겠다  
부화는 늘 그렇게 어딘가의 균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
눈자위꺼진 영세(永世)의 부화(孵化)조차도 말이다
둔부 속 기실의 기포가 숨통의 흔적으로 남아
절맥(絶脈)후에도 마지막 신선도를 유지하려
하늘을 보던 뭉툭한 그 눈빛조차 아파와도
한 때는 신비한 생명의 커튼이었을 난각막에 손톱을 밀어넣고
실명(失命)하고도 일만여개의 숨구멍으로 호흡하던
흰자와 노른자 사이에
문신으로 남은 초록빛 유황이 생소해도
이제 남은 반원의 껍질마저 훌러덩 벗겨질까
겁에 질린 중년여자
단단한 운명이란 껍질에 미물의 난각막으로 달라붙어
이력이 난 지금에사
순하게 붙들고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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