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0 13:30

목소리

조회 수 1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소리


                                                                                        이 월란





고뿔에 걸린 지난 밤 기회만 엿보던 목소리가 도망쳤다
토호들이 뱉어낸 도그마(dogma)는 이미 대기권을 장악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구름은 비가 되어 갈라진 땅에 고이고
간간이 스크럼을 짠 분노들이 싹쓸바람이 되어 쳐들어오기도 했다


때로 눈밝은 사람들은 맹풍이 휩쓸고 지나간 쑥대밭에서
오래전에 자신들이 뱉어놓은 것들의 잔재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목 꺾인 언어 조각들이 자기들 것이라고 아무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진 않았다
신문지상엔 어제까지 일어났었고, 오늘도 일어나고 있으며
내일도 일어날, 그저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무시로 보도 되었으며
그 미친바람의 속도와 피해상황만이 정확한 과학적 수치로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꽃타래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무한궤도가 장착된 설소차의 배토판에 긁힌 거친 땅 위로
욕망이 삽질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포된 꿈들이 탐조등 아래 엎드려 묵은 가요의 후렴처럼
응얼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소리의 폐해가 또다른 소리를 잉태하고 있는 땅끝마을
목을 세운 소리관들이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걸어온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1 대화(對話) 이은상 2006.05.05 205
1030 님의 생각으로 유성룡 2006.07.24 205
1029 그대 품어 오기를 더 기다린다지요 유성룡 2008.02.25 205
1028 죽고 싶도록 유성룡 2008.02.27 205
1027 봄 날 이일영 2014.03.21 205
1026 뭘 모르는 대나무 강민경 2015.04.30 205
1025 해 돋는 아침 강민경 2015.08.16 205
1024 신(神)의 마음 작은나무 2019.03.29 205
1023 비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구나 / 김원각 泌縡 2020.12.05 205
1022 시조 물소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5 205
1021 단풍 낙엽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9 205
1020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6
1019 사랑의 꽃 유성룡 2006.01.29 206
1018 4 월 성백군 2006.08.18 206
1017 바위산에 봄이 강민경 2013.04.10 206
1016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3.06 206
1015 나는 마중 물 이었네 강민경 2012.02.15 206
1014 바위가 듣고 싶어서 강민경 2015.04.15 206
1013 단추를 채우다가 강민경 2016.12.18 206
1012 두개의 그림자 강민경 2017.09.16 206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