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0 내일은 꽃으로 피어난다 윤혜석 2013.06.30 183
1069 꽃보다 청춘을 강민경 2017.05.12 183
1068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183
1067 시조 이제 서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14 183
1066 가을 성숙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12.28 183
1065 세상 살아 갈 수 있는 여기는 김사빈 2007.06.04 182
1064 나와 민들레 홀씨 강민경 2012.10.04 182
1063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82
1062 12월을 위한 시 - 차신재, A Poem for December - Cha SinJae 한영자막 Korean & English captions, a Korean poem 차신재 2022.12.20 182
1061 등대 사랑 강민경 2018.05.29 182
1060 보내며 맞이하며 헤속목 2021.12.31 182
1059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2005.11.23 181
1058 편지 김사빈 2007.05.18 181
1057 주시 당하는 것은 그 존재가 확실하다 박성춘 2011.10.25 181
1056 사랑의 멍울 강민경 2013.05.27 181
1055 양심을 빼놓고 사는 강민경 2017.01.16 181
1054 대낮 하현달이 강민경 2020.05.22 181
1053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08 181
1052 봄꽃, 바람났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1 181
1051 거울 유성룡 2006.04.08 180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