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9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祝 死望-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제임스 안



그의 무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죽었다

잔 비 검붉은 가지사이로 휘휘거리고

암흑의 장막으로 바람은 소리죽여 나무가지 사이를 돌아 다녔다

검은 장막은 또 다른 죽음을 찾아

회색빛 안개로 창문마다 암울한 자락을 펼칠 때

전율하며 낡아 헤진 카페트 위 한 구석에

작은 빛은 움추리고 있었다



어둠고 칙칙한 비 바람이 부는 날

모든 문은 잠궈야 한다

그리고 숨은 머리로 내 쉬어야 한다

그런 날

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피 눈물을 가슴에 꼭 안고

시각(時刻)도 숨겼다

도구(屠具)에 대하여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검시관을 괴롭히기는 정말 싫었지만

그래서

굳어버린 혓바닥에

하얀 파피루스 종이 조각만 물려 놓았다

그 종이에는 새빨간 피로

축 사망

이라고 만 적어 놓았다

이제는 피 마져 죽어 검은 지옥의 냄새를 폴 폴 풍겼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스쳐 지나갔으나

단 한사람. 그가 나를 깨워 손잡았다



나는 아무런 느낌없이 사망의 냄새로 그 지붕을 뚫고

자유로워 지면서 알았다

나는 눈알없는 영혼(永魂)으로

음험(淫險)한 미소처럼 녹슨 혀를 빼물고

어두운 방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祝 死望은 붉게 타며 또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무망(無望)같은 비열한 어둠속으로 떠 가고 있었고

그리하여

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그 때였다

나는 기여코 보고 말았다

절망이 삐뚤어진 입으로 음산하게 만들어 내는 미소를

그것은 이미 굳은 혀 끝 아래 쪽에서 움직여 살아있었다.

제임스 안





-윗 글에 대하여-

본인은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이기도 합니다. 3일전 온타리오 호수 부근
한 가옥의 이층과 다락방 사이 마루 바닥속에서 1910년쯤에 살해되어 유기된 영아가 마미(mummified)가 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영아를 싼 신문은 1908년과 4월과
1910년 6월10일자 였습니다. 한일합방이 1910년 9월에 되었지요.

본인은 1946년으로 시대를 당겨 구성을(Plot)만들었습니다. 한인과 관련된...
그 여자는 백인에 의하여 강간을 당하였고 출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녀는
한국의 1930년대 여성입니다.
도덕과 유교적 행동규범이 법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여성을 지켜보던 시대였습니다.

신세계 더 넓은 자유세계 유교와 공자를 뛰어 넘는 세계를 찾아서 미국으로
이민했으나 다시 캐나다 토론토로 재 이민하여 새 희망을 만들던 중 17세 백인 소년에게 하인처럼 대접받으며 성폭행을 당하였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윤리를 생명과 같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출생하자 물론 혼혈아였지요. 자식을 질식살해를 하고 신문으로 싸서 나무 마루밑에 숨겨두었습니다.
그 녀는 결국 모든 희망을 접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3일전 한인이 그 집을 사서 수리하려다 검은 비닐 봉지를 발견하고 돈을 숨겨 둔 것으로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풀었지만 마미였습니다.

경찰과 신문 티비가 온통 난리를 쳤지만, 집을 산 한인은 살기가 두려워 얼마전에 허가를 받은 친구인 한인 사설탐정 제임스를 불렀습니다. 둘이서 다시 현장을 확인하다가 나무바닥 한켠에 비닐봉지를 풀어 헤칠 때 찢어져 끼여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문 조각을 발견하였는데 그 조각에는 연필로 '박인애 가회동 44번지' 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인 집주인은 겸사로 서울로 가서 근원 추적을하고, 제임스는 토론토에서 약 60년전의 사실을 추적합니다.

결국 제임스의 종적추적에 의하여 성추행범은 77세가 된 노인으로 생존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그는 폐암으로 죽기 직전에 나타나지만 이미 소멸시효가 훨씬 지난 후 였습니다.
곧 그의 회한 가득한 진실에 의하여 그 집 지하실에서 그 녀의 매장되었던 뼈들이 발견됩니다.

경찰과 미디어가 소멸시효로 단정하여 스팟뉴스로만 다루었던 이면에 살인의 간접정범이 찾아지고 그 여자 박인애의 영혼을 위로하는 한국동포들의 위령제에 참여했다가 죽고 맙니다.

그 추리소설 내용중에 있는 글들을 조합하여 제가 따로 제목을 붙혔습니다.
너무 음침한 글을 올리는 이유가 궁금해 할 것같아 이렇게 해명하였습니다.

시는 사랑시나 순수시(?)만 있는게 아닐 것입니다. 이것도 시인으로서 쓴 글이며 독자가 평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제임스 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0 가슴으로 읽는 지선이 이야기 김우영 2013.05.13 544
189 가슴 뜨거운 순간 강민경 2019.12.06 138
188 가르마 성백군 2009.02.07 381
187 가로등 불빛 강민경 2018.01.14 137
186 가련한 예수를 위하여ㅡ크리스마스 이브에 올리는 시 이승하 2011.12.23 361
185 가는 봄이 하는 말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8 108
184 가고 있네요 2 泌縡 2021.03.14 110
183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58
182 詩똥 이월란 2008.03.09 334
181 詩가 꺾이는 사회 / 임영준 박미성 2005.08.13 258
180 許交 유성룡 2007.11.23 133
179 秋江에 밤이 드니 황숙진 2007.08.06 523
178 秋夜思鄕 황숙진 2007.09.20 166
» 祝 死望-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James 2007.10.02 392
176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18
175 獨志家 유성룡 2008.03.08 144
174 心惱 유성룡 2008.02.22 117
173 시조 年賀狀연하장을 띄웁니다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12.31 317
172 유성룡 2007.09.24 168
171 地久 천일칠 2007.03.08 229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