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7 20:29

낙관(落款)

조회 수 51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관(落款) / 성백군


   늙은 재두루미 한 마리가
   물가를 걷고 있다
   가다가 멈춰 서서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날개를 들먹거려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에 든 제 모습을 바라보고, 날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발자국만 꾹꾹 찍는다

   제 마음에는
   제가 살아온 날 수 만큼 제 몸이 무거워
   흔적은 남길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몸이 무겁다고 물이 찍히나
   찍힌다 하더라도 흐르면 그만인 것을

   나도 한때는
   허방에 어른거리는 내 그림자를 믿고
   내 멋에 취하여 허공을 걸어봤지만
   걷는다고 다 길이 되지 않더라
   길이라 하더라도 발자국은 남길 수 없는 것을

   재두루미야
   우리 서로 해 넘어가는 자리에서 만났으니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낙관(落款) 하나씩 찍어놓자
   그리고 빈 하늘에
   저녁노을 찰랑거리는 그림 그려 꽉 채우고
   지평이든 수평이든 암말 말고 넘어가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시조 꽃 무릇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30 255
232 진짜 부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1.30 117
231 시조 만추晩秋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03 140
230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08 181
229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215
228 시조 성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4 136
227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5 106
226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6 113
225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7 117
224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8 126
223 가을 성숙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12.28 184
222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2.29 267
221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12.30 124
220 보내며 맞이하며 헤속목 2021.12.31 183
219 시조 年賀狀연하장을 띄웁니다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12.31 318
218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1 433
217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2 110
216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R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3 123
215 이사(移徙)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1.04 145
214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4 156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