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1 13:46

바람의 독후감

조회 수 26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독후감 / 성백군
                                                                                            


허공을 거침없이 내닫는 바람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정서가 메말라 가끔
세상 도서관에 들러 양식(良識)을 채운다
그가 찾는 책은
산, 들, 바다 같은 전문서적들도 있지만
양동이, 나무, 집,
사람의 성질, 새의 날개, 고양이의 털,
만물이 다 그가 읽은 잡문인 것을
다녀간 흔적을 보면 안다.
언 땅 녹이는 봄을 읽다가
초목에 싹 틔워 놓고,
불볕 쏟아지는 여름 채마밭을 읽다가
성질 부려 홍수를 내고,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 뜨락을 읽다가
섬돌 밑 잠든 귀뚜리 깨워 울려 놓고,
눈 쌓인 겨울 지붕을 읽다가
처마 밑에 고드름 달아 햇볕에 녹이고,
부딪히면 읽고 떨어지면 써 놓고
그의 독서와 독후감은 천만년 인류역사를 이어오며
천문학, 지리학, 생태학---
숨이 차도록 사람들을 몰아세워
학학거리게 하였지만, 그 學 때문에
인류의 문명은 발전되고,
그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비난받는 바람,
오늘도 태풍경보에 사람들 벌벌 뜬다.
저 바람 언제쯤 끝나지?
비바람, 치맛바람, 난봉바람, 그 바람의
독후감 인제 그만 읽었으면 좋겠는데,
또, 바람이 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2 열심히 노래를 부르자고 file 유진왕 2022.07.14 200
1071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200
1070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강민경 2018.07.09 200
1069 묵언(默言)(2) 작은나무 2019.03.06 200
1068 낙조의 향 유성룡 2006.04.22 201
1067 폭포 강민경 2006.08.11 201
1066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201
1065 (동영상시) 그리움에게 Dear Longing 1 차신재 2015.12.08 201
1064 10월의 형식 강민경 2015.10.07 201
1063 여름 보내기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8.30 201
1062 풀꽃, 너가 그기에 있기에 박영숙영 2017.09.29 201
1061 졸업식은 오월의 함성 강민경 2018.05.18 201
1060 봄의 꽃을 바라보며 강민경 2018.05.02 201
1059 할미꽃 성백군 2006.05.15 202
1058 가장 먼 곳의 지름길 file 박성춘 2009.01.22 202
1057 촛불 강민경 2014.12.01 202
1056 그의 다리는 박성춘 2015.06.15 202
1055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강민경 2017.10.01 202
1054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202
1053 시조 먼 그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5 202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