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5 15:33

걸어다니는 옷장

조회 수 220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걸어다니는 옷장


                                                                 이 월란




그녀의 옷장엔 색색가지의 운명이 걸려 있어
그녀는 매일 운명을 갈아 입지
아침마다 야외 무도회에 나가듯
새로운 가면을 망토처럼 온 몸에 두르고 나간다는데
그녀가 새로운 변장을 서둘러 총총 사라지고 나면
쇠털같은 세월로 짠 쥐색 카디건
트인 앞자락에 누군가의 눈동자같은 단추가 쪼르르 눈을 감고
낙엽의 천으로 지은 바바리 서늘한 가을바람 소릴 내지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노목의 진 잎처럼
추억의 조각천으로 꿰매진 자리마다
몽친 실밥덩이 애가 말라 비죽이 나와 있고
꼭 끼는 옷일수록 그녀는 차라리 편했다는데
이 넓은 세상이 꼭 끼지 않던 순간이 언제 있었냐고
저 헐렁한 지평선도 내 몸에 꼭 끼는 옷의 솔기였을 뿐
그래서 봄타듯 여기저기 늘 근질근질하였다고
봉합선이 튿어진 자리마다 낯뜨거운 맨살의 기억
씨아질 하듯 목화솜처럼 흩날리면
벽장 속에서도 혼자 노을처럼 붉어져
말코지에 걸린 모자 속엔 말간 기억도 자꾸만 좀이 쓸고
날개가 퇴화되어버린 벽어 한 마리 질긴 씨실에 갇혀 있지
널짝같은 그 옷장엔 흰 옷이 자꾸만 늘어
수의가 흰색이었지, 아마

                                                          


  1. No Image 19Feb
    by 강민경
    2009/02/19 by 강민경
    Views 317 

    개펄

  2. No Image 22Jan
    by 성백군
    2009/01/22 by 성백군
    Views 86 

    개펄 풍경

  3. No Image 31Oct
    by 성백군
    2012/10/31 by 성백군
    Views 129 

    개화(開花)

  4. 거 참 좋다

  5. 거룩한 부자

  6. 거룩한 부자

  7. 거리의 악사

  8. 거미줄 / 천숙녀

  9. No Image 08Apr
    by 유성룡
    2006/04/08 by 유성룡
    Views 180 

    거울

  10. 거울 / 천숙녀

  11. 거울 앞에서 / 천숙녀

  12. 거울에 쓰는 붉은 몽땅연필-곽상희

  13. 걱정도 팔자

  14. 건강한 인연 / 천숙녀

  15. 건강한 인연 / 천숙녀

  16. 건널목 / 성백군

  17. No Image 18Apr
    by 강민경
    2010/04/18 by 강민경
    Views 790 

    건널목에 두 사람

  18. No Image 02Apr
    by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by 미주문협관리자
    in 수필
    Views 323 

    건망증과 단순성-김태수

  19. 건투를 비네

  20. No Image 05May
    by 이월란
    2008/05/05 by 이월란
    Views 220 

    걸어다니는 옷장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