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75 | 시 | 어쨌든 봄날은 간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5.26 | 174 |
974 | 시 | 평화의 섬 독도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2.21 | 174 |
973 | 시 |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10 | 174 |
972 | 낮달 | 강민경 | 2005.07.25 | 173 | |
971 | 시인이여 초연하라 | 손홍집 | 2006.04.08 | 173 | |
970 | 소라껍질 | 성백군 | 2008.07.31 | 173 | |
969 | 시조 | 내 시詩는 -봄비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14 | 173 |
968 | 시 | 물고기의 외길 삶 | 강민경 | 2017.08.03 | 173 |
967 | 시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백(4)- | 작은나무 | 2019.04.27 | 173 |
966 | 시 | 나에게 기적은 | 강민경 | 2020.01.22 | 173 |
965 | 시조 | 뜨겁게 풀무질 해주는 나래시조, 50년에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14 | 173 |
964 | 진달래 | 성백군 | 2006.05.15 | 172 | |
963 | 연륜 | 김사빈 | 2008.02.10 | 172 | |
962 | 하다못해 | 박성춘 | 2008.03.25 | 172 | |
961 | 시 | 강설(降雪) | 하늘호수 | 2016.03.08 | 172 |
960 | 시조 | 아침나절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2.08 | 172 |
959 | 시 | 아내의 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5.26 | 172 |
958 | 시 | 늙은 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14 | 172 |
957 | Fullerton Station | 천일칠 | 2005.05.16 | 171 | |
956 | 방향 | 유성룡 | 2007.08.05 | 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