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31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먼동이 터 오는 시각쯤에 세수를 하며
  그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몇 구의 시체가 들어올까
  겨울로 막 접어들거나 날이 풀릴 때
  더욱 바빠진다는 그대 아무 표정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관을 넣는다
  줄지어 선 영구차, 선착순으로 받는 시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용서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태운다 거무스레한 연기가
  차츰차츰 흰 연기로 변한다
  구름을 데리고 와 낮게 드리운 하늘
  아 이게 무슨 냄새지
  화장장 가득 퍼지는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짐승의 똥 삭히는 거름 냄새 같은*
    
  잘게 빻아주세요
  뿌릴 거요 묻을 거요
  땅에 묻을 겁니다
  묻을 거라면 내 하는 대로 놔두쇼  
  잘게 빻으면 응고가 됩니다
  한 시간을 타고 빗자루로 쓸어 담겨
  분쇄기에서 1분 만에 가루가 되는 어머니
    
  검게 썩을 살은 연기와 수증기로 흩어지고
  하얀 뼈는 이렇게 세상에 남는구나
  체온보다 따뜻한 유골함을 건네는 화부  
  어머니는 오전 시간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화부는 화장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표정 없는 저 화부는 金泉火葬場이다


  * 김천화장장 바로 아래에 축사가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13
594 어느 시인의 행적 유성룡 2009.09.17 681
593 규보跬步 유성룡 2009.09.14 783
592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08.25 838
591 , 는개 그치네 강민경 2009.08.20 839
590 김대중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09.08.18 943
589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53
588 조국땅을 그리며 박성춘 2009.08.02 630
587 눈 안에 든 별 성백군 2009.07.31 883
586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60
585 동그라미 성백군 2009.07.07 611
584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41
583 암 (癌) 박성춘 2009.06.23 573
582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11
581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690
580 참 바보처럼 살다 갔네. 황숙진 2009.05.26 974
579 부부 file 김우영 2009.05.19 599
578 부부표지 file 김우영 2009.05.16 509
577 짝사랑 강민경 2009.05.13 601
576 봄날 임성규 2009.05.07 597
Board Pagination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