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빗길 / 성백군
11월 1일
프리몬트(Fremont), 아침나절
비가 옵니다
가로수 낡은 잎에 빗방울이 맺혔습니다
글썽글썽
빗물인지 눈물인지
다 산 목숨이라 안 그래도 힘든데
춥기까지 하다며
갓길 모퉁이에 모여 떨고 있습니다
절망일까요, 포기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위로가 필요하다고
낙엽을 주어 잎맥을 엮으며
바람결에 열심히 달래고 있는 늦가을 빗길
갈잎도 있고
단풍도 있지만, 가야지요.
바람 부는 대로 정처 없이 뜨나는 여생
발걸음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