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3 11:57

밤에 하는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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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거품이
이마에 흐르고 있어, 비누방울이 툭툭
생각 속에서 터지면서
뇌신경이 뽀얗게 씻겨지는 거야

암흑과 광명이 뒤범벅이 되고 있어
구름이 몰래 씻어 주는 빨간 입술 보름달을
꼼꼼하게 감별하는 당신 캄캄한 눈동자 속
주름진 조리개는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지금쯤

송곳같은 샤워 물줄기가
두개골 표피를 찌른다, 뼈를 뚫는다
더운 피 한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굴착기에게 당하는 아스팔트도 이런 식일꺼야
잡을래야 잡히지 않는 여름바다가 뺨을 스친다
진주조개, 입을 꽉 다문 배꼽 바로 밑으로
샴푸물이 뚝뚝 떨어지잖아, 나는 왜
이런 밤이면 이런 밤마다 이런 생각을 세척하나
껍질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 서 량 200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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