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4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51 | 시 | 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24 | 121 |
1350 | 시 | 풀잎의 연가 | 강민경 | 2019.01.18 | 127 |
1349 | 시 | 부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17 | 85 |
1348 | 시 | 사서 고생이라는데 | 강민경 | 2019.01.14 | 97 |
1347 | 시 | 사랑의 미로/강민경 | 강민경 | 2019.01.07 | 208 |
1346 | 시 | 빈말이지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05 | 288 |
1345 | 시 | 이를 어쩌겠느냐마는/강민경 | 강민경 | 2019.01.01 | 152 |
1344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39 |
1343 | 시 | 나목(裸木)의 울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24 | 87 |
1342 | 시 | 비와 외로움 | 강민경 | 2018.12.22 | 274 |
1341 | 시 | 넝쿨 터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7 | 140 |
1340 | 시 | 12월 | 강민경 | 2018.12.14 | 82 |
1339 | 시 | 전자기기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11 | 173 |
1338 | 시 |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 강민경 | 2018.12.05 | 106 |
1337 | 시 |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 강민경 | 2018.11.30 | 233 |
1336 | 시 | 밤, 강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30 | 108 |
1335 | 시 | H2O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24 | 233 |
1334 | 시 | 덫/강민경 | 강민경 | 2018.11.23 | 111 |
1333 | 시 | 빛의 일기 | 강민경 | 2018.11.15 | 115 |
1332 | 시 | 짝사랑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13 | 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