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한 쪽 끝에 서서

2007.10.22 07:17

이용애 조회 수:50 추천:4


태평양 한쪽 끝에 서서
          
           이 용 애

태평양 한쪽 끝에
발을 담근다
파도가 표호 하며
내 발끝에서 멈춘다

등등하던 그 기세
모래톱에 빨려 들고
하얀 잔 거품으로
주저 앉는다

발끝에 와 닿는
차가운 감촉은 금방
고국 땅 울릉도의
저동 앞 바다 물이 된다

오징어 잡이 어선 위
밝힌 불빛이
환하게
태평양을
밝힌다

뒤를 이어 저 북녘
원산 앞 바다 하얀 모랫벌
산뜻한 해당화의
수줍은 미소가
파도 타고 곱게 넘실거린다

그리고는
영양실조로 생기 잃은
아가의 눈동자가
힘없이 밀려온다
파도 위로 밀려온다

찌릿한 가슴으로
뒷걸음질친다

태평양 한쪽 끝에 서서
나는 내 고국을
발끝에 닿는 물살로
껴안는다
허리가 잘리지 않은
바다로 밀려오는 내 살붙이를

추억도
그리움도
아픔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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