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소고/문협2007겨울호
2007.10.23 12:26
꽃이 지나간 후
여름을 도난 당한 하늘
우울증에 내내 잎을 포기하였다
나무는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비웠다
지각이 두껍게 월동준비를 하는 동안
팔을 벌린 채
언젠가 부터 자주 눈 감는 버릇
못본 척 내려놓기만 하는
나무의 선택은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스치는 세상나무 표정들 훌훌 벗고
생명을 위해
부러지지 않으려
휜
무릎 꿇는 새벽
안개 속 관계가 하늘 높이로 정돈 될 때 쯤
밀치면 밀리기도
덜 주면 덜 받기도
때리면 맞기도
억울타해서 스스로 뿌리 뽑아 옮겨 지지 않는 나무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벗은 겨울나무 하나
그 등줄기에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빛
뿌리는 알면서
계절의 잉태를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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