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틴 에이저 시절로 돌아간다면------

2007.10.28 04:05

성민희 조회 수:40 추천:5

- 아들아, 상처 받지 않도록 더 이해하고 도와줄께.- "엄마, 나는 다시 한번 틴에이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는?" 봄방학이라고 집에 온 아들이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한다. "틴에이저라니? 언제를 말하는거니?" "7학년부터 고등 학교 졸업할 때 까지." 나는 깜짝 놀랐다.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할건데?"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클럽 활동도 열심히 하고------" 왈칵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참았다.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그때로 돌아가면 너를 더 이해하고, 도와 주고, 다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돌아보면 잘못한 게 너무 많구나." 아들과 나는 말을 잊은 채 각자의 안타까웠던 옛날로 돌아갔다. 마음 고생이 시작된 첫 사건은 7학년 때 터졌다. 아침 녘 설겆이를 끝내 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2교시 수업을 빼먹고 친구 집에서 놀다 들어오다 들켰다는 것이었다. 평소 행실을 참조해 방과 후 2시간 남아 있는 것으로 끝내겠지만, 일단 알려주는 것이라고. 아들은 그 날 저녁 펄펄 열이 나서 씩씩거리는 아버지와 엄마 앞에 앉아 한참을 징징 울며 반성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과 나는 근사하고 고상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교장 선생 님을 찾아갔다. 중학교 수학 과정을 이미 끝낸 아들이 인근 고등 학교 수학 클래스를 듣고 학교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가, 배가 아파 엄마의 허락 사인을 들고 1교시 수업을 결석하고 들어오던 친구랑 학교 현관 앞에서 딱 마주쳤단 다. 그저 드러눕고만 싶은 아픈 녀석이랑, 형 누나들 속에서 주눅 들어 어 려운 한 시간을 보내느라 눈이 게슴츠레해진 녀석이랑. 둘이는 공부 하기 싫 다는 딱 떨어지는 공통 분모를 찾자 교실 대신 그 친구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 놈은 방바닥에 배를 깔고, 한 놈은 소파에 누워 그냥 잠이 들었 다나 어쨌다나. 깜짝 놀라 일어나 학교로 달려 들어오다 허둥지둥 등에 가방 을 울러멘 두 녀석이 교장 선생님께 딱 걸린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라빈은 만일 싸움판이 벌어진다면, 맨 앞에서서 '싸우자~' 하고 뛰어 나갈 아이니까 관찰을 잘 하십시요." 그 이 후, 나의 신경은 곤두서기 시작했다. 혹시 갱단에 연루되면 어쩌나. 담 배를 배우는 건 아닐까, 포르노 잡지를 숨겨 놓고 보는 건 아닐까, 저 친구는 좋은 친구일까, 나쁜 친구일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아들에 대한 나의 마이크로 메니지 먼트가 시작되었다. 모범생이 되지 못하면 당장 갱이 될 것 같은, 내 머리 속에는 오직 두 가지의 극단적인 모델만 존재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은 아들이 졸업하고 나서야 겨우 왔다. "내가 너무 친구 간섭을 많이 했지? 나쁜 친구 만날까봐 누군 만나라. 누군 만나지 마라." "그러게 말이야. 그 나이의 아이가 나쁘면 얼마나 나쁠거라고------ 그땐 엄마가 정말 싫더라. 무조건 내 말만 따라 오너라 했으니까 말이야. 아무 설명도 없이." 아들 때문에 내 마음이 무거웠듯 아들 또한 사랑으로 포장된 엄마의 간섭과 걱정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엄마, 나는 다시 한번 틴에이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응, 나도 그러고 싶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쁜 일을 서둘러 상상하여 아이에게 상처 주는 그런 일은 안할 것 같다. 최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