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프롬 파티
2007.10.28 04:12
- 멋진 데이트 신청 얘기 듣고 웬지 서운함이 -
오랜만에 봄바람이라도 쐬자며 동창들이랑 롱비치 바닷가에 갔었다. 퀸메리호가 올려다 보이는 야
드 하우스에서 맛있데 점심을 먹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까만 턱시도에 무스로 반들 반들 치켜
세운 헤어 스타일의 미남들에, 어깨를 다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미녀들이 리무진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 프롬 파티가 있는 모양이었다.
"프롬 파티는 왜 하는걸까? 뭔가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적인 목적이 있겠지?"
"그렇겠지. 좀 있음 어른이 될거니까 쇼셜라이즈하는 훈련을 시키는건가?"
"사회 생활하면서 가질 파티 문화의 맛을 미리 보여주는 것 아니겠니?"
우리는 나름대로 정의를 세워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오늘 하루라도 공부에서 해방되어 행복
한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되어 보아라. 12시가 땡 울리면 호박이랑 생쥐랑 남루한 옷을 움켜쥐고 무
거운 집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쌍쌍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요즘에는 프롬 신청을 어떻게 할
까 궁금해졌다. 옛날 딸아이 때에는 친구들끼리 전화로나 혹은 학교에서 "나 하고 프롬 갈래?" 하
면 "오케이" 하고 짝이 지워졌는데. 아들 때에 와서는 별나게 신청을 하는 것 같았다. 꼭 프로포즈
하는 것 처럼.
남학생이 여학생 집에 꽃다발을 갖고 가 무릎 꿇고 신청하는 방법은 아주 고전 이야기가 되어 버
린지 오래. 한 아들 친구는 차 트렁크에 쭈그리고 들어앉아 있다가, 친구들이 여학생을 불러내어낸
다음 팡! 하고 트렁크를 열자 벌떡 일어나 꽃다발을 바치며 신청을 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 여학생
엄마는 무척 기분 좋아 했다지만 아들 가진 엄마들은 정말 속이 다 니글거렸다.
"에이구, 녀석들. 실컷 공들여 키워놓으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트렁크에 쭈그리고 들어가 앉았었
다고?"
그런데 내가 더 마음이 싱숭생숭 했던 기억은, 우리 아들이 그 중에서도 제일 별나게 신청 했다
는 것이다. 아들이 파트너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 동안, 친구에게 붕어 모양 과자들을 파트너 방에
서 부터 화장실까지 좍 뿌려 놓게 했었다. 그리고 화장실 싱크대 안에는 진짜 붕어 한마리를 담
가 놓고 거울에다 스프레이로 'You are the only fish in my heart' 라고 썼대나 어쨌대나.
친구들의 "임무 완수. 오버" 전화를 받고는 모른척 파트너를 집에다 데려다 주었단다. 화장실에 들
어가 그걸 보고 감격한 여자 친구 "어머나! 어머나!"를 연발해 가며 아들한테 핸드폰을 걸고. 밖
에서 기다리던 아들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촤-악 가라 앉은 목소리로 "나는 지금 너 집 앞에
있다. 나오라. 오버" 뛰어 나오는 여자 친구를 붙잡아 세우고는 앞에 무릎을 딱 꿇고 앉아 "프롬 같
이 가 줄래?" 옆에서 친구들은 박수를 짝짝 치고.
아들이 신이 나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너도 이제 마음의 연못에 누군가
를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으로 담기 시작하는구나.) 입으로는 "야, 정말 멋있는 신청이다." 해
주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왜 그렇게 서운했었던지.
아쿠아리움 앞에서 재잘대며 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엄
마들이 떠나가는 너희들의 마음에 손을 흔들어 주었을까.
오랜만에 봄바람이라도 쐬자며 동창들이랑 롱비치 바닷가에 갔었다. 퀸메리호가 올려다 보이는 야
드 하우스에서 맛있데 점심을 먹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까만 턱시도에 무스로 반들 반들 치켜
세운 헤어 스타일의 미남들에, 어깨를 다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미녀들이 리무진을 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 프롬 파티가 있는 모양이었다.
"프롬 파티는 왜 하는걸까? 뭔가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적인 목적이 있겠지?"
"그렇겠지. 좀 있음 어른이 될거니까 쇼셜라이즈하는 훈련을 시키는건가?"
"사회 생활하면서 가질 파티 문화의 맛을 미리 보여주는 것 아니겠니?"
우리는 나름대로 정의를 세워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오늘 하루라도 공부에서 해방되어 행복
한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되어 보아라. 12시가 땡 울리면 호박이랑 생쥐랑 남루한 옷을 움켜쥐고 무
거운 집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쌍쌍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요즘에는 프롬 신청을 어떻게 할
까 궁금해졌다. 옛날 딸아이 때에는 친구들끼리 전화로나 혹은 학교에서 "나 하고 프롬 갈래?" 하
면 "오케이" 하고 짝이 지워졌는데. 아들 때에 와서는 별나게 신청을 하는 것 같았다. 꼭 프로포즈
하는 것 처럼.
남학생이 여학생 집에 꽃다발을 갖고 가 무릎 꿇고 신청하는 방법은 아주 고전 이야기가 되어 버
린지 오래. 한 아들 친구는 차 트렁크에 쭈그리고 들어앉아 있다가, 친구들이 여학생을 불러내어낸
다음 팡! 하고 트렁크를 열자 벌떡 일어나 꽃다발을 바치며 신청을 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 여학생
엄마는 무척 기분 좋아 했다지만 아들 가진 엄마들은 정말 속이 다 니글거렸다.
"에이구, 녀석들. 실컷 공들여 키워놓으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트렁크에 쭈그리고 들어가 앉았었
다고?"
그런데 내가 더 마음이 싱숭생숭 했던 기억은, 우리 아들이 그 중에서도 제일 별나게 신청 했다
는 것이다. 아들이 파트너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 동안, 친구에게 붕어 모양 과자들을 파트너 방에
서 부터 화장실까지 좍 뿌려 놓게 했었다. 그리고 화장실 싱크대 안에는 진짜 붕어 한마리를 담
가 놓고 거울에다 스프레이로 'You are the only fish in my heart' 라고 썼대나 어쨌대나.
친구들의 "임무 완수. 오버" 전화를 받고는 모른척 파트너를 집에다 데려다 주었단다. 화장실에 들
어가 그걸 보고 감격한 여자 친구 "어머나! 어머나!"를 연발해 가며 아들한테 핸드폰을 걸고. 밖
에서 기다리던 아들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촤-악 가라 앉은 목소리로 "나는 지금 너 집 앞에
있다. 나오라. 오버" 뛰어 나오는 여자 친구를 붙잡아 세우고는 앞에 무릎을 딱 꿇고 앉아 "프롬 같
이 가 줄래?" 옆에서 친구들은 박수를 짝짝 치고.
아들이 신이 나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다. (너도 이제 마음의 연못에 누군가
를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으로 담기 시작하는구나.) 입으로는 "야, 정말 멋있는 신청이다." 해
주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왜 그렇게 서운했었던지.
아쿠아리움 앞에서 재잘대며 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엄
마들이 떠나가는 너희들의 마음에 손을 흔들어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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