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줄을 기억하며 3
2007.10.31 04:07
올가미에 걸렸어도 살고 싶어
발버둥 치자 하늘이 노랗다
붉은 피 받아내던 다리 밑
자갈들이 눈물을 훔쳐내고 있다
그슬린 영혼이 지상에 머무는 기억
이승의 꿈이 고작 화형(火刑)인가
불로 달궈져 뼈 바르는 시간
냇물이 여름 식히려 흐르고 있다
흐르는 여름은 벼꽃 피우고
컹컹거리다 씨알에 들어가 잠잔다
휘익 허공에 던져진 올가미
흙으로 빗어지긴 매 한가지
빠져나온 영혼으로 실명하는 눈
터질 것 같은 욕심 옭아매
길들여진 세상 남는 것 없이
한 평 남짓 뼈 묻히면 그만일 터
들판에 벼들이 마른침을 삼킨다
개가 던진 새끼줄에 내가 걸렸다
http://webzine.munjang.or.kr/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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