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에 서서
2007.12.21 21:02
빈들에 서서
조옥동
계절의 끄트머리 황량하여
회개의 바람이 쓸고 갑니다
시간이 눈비를 맞으며 묵상 합니다
보리떡과 생선을 나눠 먹은
무리들 멀리 흩어져 가고
떨구고 간 발자국마저 지워진 자리
하늘 끝 아득하게 허공이 터지도록
잉태하는 고독의 태반에
사랑을 심으려 오시는 이 있습니다
그 자궁 속으로 은하수 흐르고
아침 이슬 햇살 물어 올리는 날마다
눈물과 고통의 무릎을 꿇어
깨어버린 약속들
홀로 지키려 오시는 이 있습니다
먹은 말씀을 소화하지 못하여
영의 뱃속에 그득 찬 죄악의 배설물을
긍휼의 손으로 꺼내 주려 오시는 이 있습니다
주어진 생명
벌레처럼 살다 가는 것 아니라고
저 뒤를 따르려는 시퍼런 다리들
옷자락 스치는 소리 강물처럼
푸르게 별빛을 색칠하는 새 떼들
빈들을 채우는 내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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