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2009.07.13 11:15
동굴
내가 굴이 된다면
눈 내린 깊은 산중
곰이나 호랑이로 치면 허리나 겨드랑이쯤
작지도 크지도 않게 자리 잡은 굴이 된다면
먼 옛날 티벳의 승려
차마 깨치지 못한 욕망의 칼바람소리
하얗게 계곡을 내리칠 때
쫓기던 산짐승들 불현듯
뛰어들어도 좋을 방이 된다면
바위 같이 거친 등에 이끼꽃 피어나
춥고 배고픈 것들 앉기에 좋고
눈썹위에 눈발 커튼처럼 흩날리는
산중의 주인 없는 여관방이 된다면
꽃이며 사슴들
갇힌 채 한 천 년 뛰어노는
뭇 여인의 자궁같이 어둡고
고요한 입술을 열어
맞이하리, 그대
늙고 지치면 돌아올 거라던
산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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