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2009.09.02 11:16
지난 여름
사랑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길을 잃었었네.
오래된 도시의 커다란 몸속으로
어둠은 그 어떤 징조처럼 무겁게 번져가고
방향을 잃고 헤매던 나는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었었네
혼자 여행을 하기에
세상은 너무 위험한 곳이야‘
머릿속에 흐느끼던 칼바람소리
어디로 운전대를 돌려도 캄캄한 미로였던
한 시간 반의 필라델피아,
사랑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낯선 도시에서
그때 나는 만났네
불빛 희미한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던 사내
검은 손 검은 얼굴 검은 목소리 속에
담뱃불만 뻐끔 뻐끔 오르내리던 자
차창을 다 열지도 못하고 길을 묻는 나의
불신과 불온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짓 발짓 뒤를 따라오며
헤이, 이 멍청한 여자야,
그리 가면 안 된다니까! 소리 지르던 자
혼자 가는 여자를 필시 해치리라던
소문 속의 남자
그날 밤,
호텔로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며
내 몸속에 잠드는 바보 같은 여자에게
일러주었네, 다시는 잊지마라
천사는 네가 두려워하는 거리
더럽고 버림받은 세상의 뒷골목에
홀로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 | After Afternoon Shower Stopped | 임혜신 | 2007.10.13 | 7 |
30 | 폭설 | 임혜신 | 2007.10.12 | 11 |
29 | 미래 | 임혜신 | 2009.09.03 | 23 |
28 | 폭풍전야 | 임혜신 | 2008.08.29 | 25 |
27 | Alarm Clock - Wake Up, Honey- | 임혜신 | 2008.01.05 | 32 |
26 | 불온한 사랑, 안전한 섹스 | 임혜신 | 2009.09.02 | 32 |
» | 필라델피아 | 임혜신 | 2009.09.02 | 37 |
24 | 동굴 | 임혜신 | 2009.07.13 | 62 |
23 | 밝은 아침 | 임혜신 | 2007.10.03 | 65 |
22 | 눈 먼 해양학자 | 임혜신 | 2007.10.12 | 66 |
21 | 꽃들의 진화 | 임혜신 | 2008.03.12 | 82 |
20 | 환생 | 임혜신 | 2010.01.26 | 90 |
19 | 눈 내리는 숲 길 | 임혜신 | 2008.02.23 | 101 |
18 | 명상 시 3편, 게으른 시인, 불쌍한 달님, 빈 집 | 임혜신 | 2009.02.01 | 113 |
17 | 깊고 푸른 숲 속의 그들 | 임혜신 | 2010.03.16 | 136 |
16 | 빵집의 테러 | 임혜신 | 2007.10.03 | 163 |
15 | 미국시 읽기- 분노의 깊이에서 | 임혜신 | 2008.01.05 | 216 |
14 | 비 오는 날을 위한 광고 | 임혜신 | 2007.10.03 | 236 |
13 | 미국시 읽기 -완다와 폭설 | 임혜신 | 2008.01.05 | 268 |
12 | 미국시 읽기 [독자 고르기] | 임혜신 | 2008.01.05 | 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