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비 온후/김영교
2008.01.11 09:32
그날은 마음이 답답하지도 않았지만 산에 가고싶었다
들판처럼 넓은 소중한 인연의 지도 안에
산의 위용은 산맥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뻗어 이어지고
펼쳐지는 대화 언덕길 지나
약간 숨이 차는듯 싶더니
꾸불꾸불 좁은 산길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에 오른다
옆에는 작디 작은 발바닥의 타이거
쏟아지는 햇살과 저멀리 뭉개 구름
내려다 보는 파란 하늘
준비운동없는 우리 등을 밀어준다
들릴듯 말듯 멈출줄 모르게 흘러나오는 노래와 흥겨운 허밍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
부러운듯 숲은 따라오며 더 짙게 그늘 드리운다
다 보고도 말없는 저 산 봉우리
선비의 수목들 행군하듯 줄 세우고
폭우를 비껴 비탈로 넘어뜨린 고목잔해
질펀하다 . 길은 살아
산으로 오르고 아침 이슬로 세수
늘 젊어 푸른 산은
자연을 깊숙이 마시고
깨끗이 행군 이빨 내놓고 우리를 향해 눈부시게 웃는다
상쾌한 산 바람이 건너온다
폐부깊이 골수깊이
핏발 선 신경줄을
어느새 느슨하게 풀어준다
올라가는 힘겨운 발걸음 만큼
내려가는 발길 조심스럽지만
목적지 당도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산행은 야외교실, 삶의 이치를 가르쳐준다
산정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
생이 터지고 있는 산아래 동네 너무 조그맣다
오르고 내리는 삶의 산행
누군가 먼저 밟고 간 길 있어
오늘, 이렇게
어렵지 않게 오르는 나의 등반
트레일 표시따라 동행있는 산행
다음에 올 발길을 위해
숲길을 다지며 나 또한 내려간다.
Mt Wilson 1/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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