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속에서도 자란다
2012.08.12 14:02
잠 속에서도 자란다
아무 스케줄도 없고 말할 누구도 곁에 없는 주말
거실 바닥에 폭신한 담요를 길게 깐 후
배와 가슴 아래 말랑한 쿠션을 집어넣고 엎드려, 책을 펼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각양의 인물과
작가의 정신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 읽을 때마다 다른,
가능하면 손때가 약간 묻은 책.
세월은 많은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묘약이다.
감동의 물결 중에도 잠깐잠깐 엄습하는 졸음
책 속의 기구한 혹은 반짝이는 인생들 때문에
잠은 얕고 분분하다.
길게 늘어진 몸은 잠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인 줄 알면서도
포근한 바닥과 맞닿은 가슴 속에
책 속의 이야기가 둥지를 트는 두둑함. 포기할 수 없는 단맛이다.
많은 말을 쏟아 낸 어느 날의 가난해지던 마음과
허망한 잠자리를 떠올린다.
부질없는 것으로 메꿔질 뻔했던 시간이 알곡으로 가득 차는 기분
하루를 접는 잠자리가 흐뭇해지고 잠 속에서도 나는 자란다.
아무 스케줄도 없고 말할 누구도 곁에 없는 주말
거실 바닥에 폭신한 담요를 길게 깐 후
배와 가슴 아래 말랑한 쿠션을 집어넣고 엎드려, 책을 펼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각양의 인물과
작가의 정신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 읽을 때마다 다른,
가능하면 손때가 약간 묻은 책.
세월은 많은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묘약이다.
감동의 물결 중에도 잠깐잠깐 엄습하는 졸음
책 속의 기구한 혹은 반짝이는 인생들 때문에
잠은 얕고 분분하다.
길게 늘어진 몸은 잠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인 줄 알면서도
포근한 바닥과 맞닿은 가슴 속에
책 속의 이야기가 둥지를 트는 두둑함. 포기할 수 없는 단맛이다.
많은 말을 쏟아 낸 어느 날의 가난해지던 마음과
허망한 잠자리를 떠올린다.
부질없는 것으로 메꿔질 뻔했던 시간이 알곡으로 가득 차는 기분
하루를 접는 잠자리가 흐뭇해지고 잠 속에서도 나는 자란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19 | 그때 그 시절 | 윤금숙 | 2012.08.14 | 3 |
9318 | 우리들을 위해 걷는다 | 윤금숙 | 2012.08.14 | 2 |
» | 잠 속에서도 자란다 | 오연희 | 2012.08.12 | 0 |
9316 | 8월 | 오연희 | 2012.08.12 | 0 |
9315 | 불로장수(不老長壽) | 정용진 | 2012.08.12 | 0 |
9314 | 삼 복 날 | 이상태 | 2012.08.11 | 0 |
9313 | 우아하게 여행하는 법 | 김학천 | 2012.08.11 | 1 |
9312 | 공공 수영장의 백인 미녀 | 오연희 | 2012.08.10 | 0 |
9311 | 울 아부지 | 최영숙 | 2012.08.09 | 1 |
9310 | 향기 퍼 올리는 3월 | 강민경 | 2012.08.09 | 0 |
9309 | 물 | 정용진 | 2012.08.09 | 0 |
9308 | 가족 / 석정희 | 석정희 | 2012.08.08 | 0 |
9307 | 수진아, 수진아 (제 2 회) | 김영문 | 2012.08.08 | 0 |
9306 | 다르다와 틀리다 | 김학천 | 2012.08.08 | 0 |
9305 | 영곤이 이야기 | 김학천 | 2012.08.08 | 1 |
9304 | 사람 만드는 집 | 서용덕 | 2012.08.07 | 0 |
9303 | 내가 받은 복 | 이영숙 | 2012.08.05 | 1 |
9302 | 사우나(미주문학 13년 여름호) | 동아줄 | 2012.08.03 | 1 |
9301 | ◈ 여름마당 | 이주희 | 2012.08.03 | 1 |
9300 | 이 땅에 사는 우리 | 김학천 | 2012.08.01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