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홈리스 여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金秀映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다. 빈부의 격차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나뉘어 지고 학력이 높고 낮음에 따라 고학력자와 저학력자로 나뉘지고 즉 무엇을 더 가지고 있나 아니냐에 따라 사회에 계급이 나뉘어 지듯  뚜렷이 생활권이 나뉘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에는 홈리스 사람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에선 옛날에는 집없이 떠 돌이 하는 사람을 거지라고 불렀다. 신발과 옷이 다 헤어지고 집집마다 다니며 그릇을 들고 밥 동냥을 하러 다녔다. 특히 육이오 전쟁이 발발한 직후 부모 자식을 잃고 거주지가 다 불타버려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 고아가 된 어린이들이 거지가 된 경우가 있었다.      그중에 축복받은 고아들은 고아원으로 보내줘 미국에 양자 양녀로 양부모에게 입양된 사례가 많았다. 입양아들은 양부모 밑에서 잘 자라 공부도 많이 하고 성공한 사례가 많아 퍽 다행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미국에 이민 오기 전 미국은 지상 천국이란 말을 종종 들어서 미국에는 거지가 없는 줄 알았다. 홈리스 사람들 가운데 과거가 화려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공부도 많이 하고  부러울 것이 없이 부유하게 한 때 살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홈리스 사람이 되어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밀려 갑자기 가산을 탕진하고 오데 갈데 없는 홈리스의 신세가 되는 수도 있지만 본인이 자처해서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스스로 낮아셔서 홈리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잘아는 19세기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쓴 소설 ‘왕자와 거지’의 주인공은  잉글랜드의 왕자 에드워드 튜더로 같은 날 태어난 거지 톰 캔터를 왕자로 왕궁에 들여 보내고 스스로 왕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평민으로 돌아가 거지가 된다. 그는 사회의 어더운 면을 샅샅이 뒤져 모든 경험을 한 후 나중에 백성을 잘 다스리는 왕이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속담에 ‘과부가 과부 사정을 안다’란 말 처럼 고통받는 백성이 되어 보지 않으면 진정 백성의 고충을 헤아려 치세를 잘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픽션에 나오는 가공 인물에 불과 하다. 우리나라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은 김병연)은 실제 인물로서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을 누비며 평생을 거지로 문전 걸식하며 시를 읊고 다닌 대표적인 거지라 할 수 있다. 조선 순조 11년(1811년) 김삿갓은 할아버지인 김익순이 홍경래 반란 때  반군에 항복한 죄로 역적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사실을 몰랐다. 김삿갓은 백일장 대회에서 할아버지의 잘못을 신란하게 비판한 시를 써서 장원을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로 부터 할아버지가 장본인이라고 알리자 망연자실하며 조상에 대한 죄를 뉘우치며 하늘을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다며 삿갓을 쓰고 스스로 방랑시인이 되어 수많은 명시를 남겼다.      그의 기구한 운명은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가 쓴 시들은 구구절절 가슴을 에이는 시들이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문전 걸식하며 읊은 시들이라 감동 그 자체다. 정의송씨가 쓴 시 ‘방랑시인 김삿갓’을 읽으면 가슴이 뭉클해 진다.       김삿갓 방랑시인은 학식이 높고 멋을 아는 풍류 시인 거지였다. 미국에 와서 홈리스 거지를 보면서 이곳 미국에도 김삿갓 같은 거지가 있을 까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1800 년대시골 초가집과 기와집을 오가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시를 읊으며 구걸 행각을 벌린 김삿갓은 거지가 아닌 거지였다.       나는 며칠 전 저녁 6시경 동네 드리이 클린닝 숍에 들러서 옷을 찾아가지고 걸어서 집으로 오고 있었다. 앞에서 깜박이 불을 키고 모빌 스쿠터를 탄 여인이 오도가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나는 스쿠터가 고장이 난 줄 직감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정지하고 있는 사연을 물어 보았다. 밧테리가 나가 스쿠터가 작동이 안되어 오도가도 못하고  앉아 있다고 했다.       밧테리를 충전해야 하는데 길에서 충전 할 곳이 없다며 도와 달라고 간청을 했다. 여인을 자세히 쳐다보니 홈리스 여인같이 보였다.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 모퉁이를 돌아가면 집이 나온다고 했다. 반지를 끼고 목걸이를 하고 있었지만 스쿠터 바스켓 속엔 다섯개의 짐 보따리가 놓여 있어서 틀림없이 홈리스 여인 같이 보였다.       나는 등뒤에서 스쿠터를 밀어주어 우리집 담벼락까지 다다르게 했다. 몇시간 동안 밧테리를 충전해야 되느냐 물으니 열 두시간 해야 된다고 했다. 허나 두서느 시간만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 긴 전기 코드를 두 개를 연결하여 뒷마당에 있는 전기 아웃렛에 전기를 꽂아 담 넘어 그녀의 스쿠터에다 연결해 주었다. 옆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나는 집에 들어왔다. 한 두어시간 훨씬 지나서 나가보니 전기가 충전 되었다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나누더니 사실은 자기가 홈리스라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그 여인이 왜 그랬을 까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담벼락 넘어 그녀의 거동을 살펴 보기로 했다.       골목길이 별로 교통량이 많지 않고 조용한 거리여서 쉽사리 건너 가리라 믿고 그녀의 행동 일거수 일투족을 호기심에서 살펴 보았다. 신호등에서 파란 불이 켜 질 때 까지 그녀는 기다릴 수 없었는지 쏜살같이 스쿠터를 타고 길을 건넜다. 길건너 길가엔 두어 그루 나무가 서 있었지만 바람이 불어 나무가지가  흔들릴 때 마다 그녀가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끝까지 지켜 보고 섰는데 갑자기 스쿠터에서 내려서 스쿠터를 밀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걸을 수 없어 스쿠터를 타고 다닌 줄 알았다. 밧테리가 갑자기 나갔나 걱정이 되기도 하여 무슨 꿍꿍이 속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 나는 자동자를 타고 그녀가 간곳으로 차를 몰고 가 보았다.       아무리 구석 구석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그녀는 바람과 함께 내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처음엔 왜 집이 있다고 속였을 까 걸을 수 있으면서 신체장애자 행세를 했을까 걸어서 스쿠터를 밀고 갈 수 있는데 왜 밧테리 충전을 원 했을 까 끊이지 않는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우리나라 방랑시인 김삿갓은 정직하고 예의 바른 멋진 거지 중의 거지였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 올 수 없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아침의 해 돋는 나라로 동방의 등불로 세계를 비취리라. 몇몇 미꾸라지가 개울물을 흙탕 물로 만들 때도 있지만 그것은 새발의 피인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마음이 뿌듯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