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앞마당의 장독은
가지런히 장맛을 익히지만
침침하고 어둑한 헛간에서
소는 여물을 뜯으며
고기맛을 연하게 만들지만
음습한 뒷뜰 땅속의 김칫독은
김치를 숙성 시켰다

보잘것 없는 살림살이
아이들은 종일 누룽지를 씹으며
허기를 달래지만
조부님은 시렁위의
곳감 한알로 입맛을 다시지만
어둑한 뒷뜰의 김칫독은
종일 찬바람만 맞았다

아무개는 김칫독의 김치맛이
별거냐고 말하지만
아무개는 시장의 김치맛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누구는 그 맛을 모르는가
입맛데로 사는게지
저 잘난맛에 사는게지

그런데로 미국살이
재미도 쏠쏠하고
그런데로 버터 치즈
먹을만도 하지만
한겨우내 땅속에서 익혀낸
김치맛은 어머니 손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