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2008.02.25 05:57

김사빈 조회 수:53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나. 검증을 한다고 한다.
집안을 샅샅이 살펴본다고 한다.
내 살아온 삶을 검증을 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버리고 비우고 쓸고 닦아 내었다
방안 가득히 채운 50파운드 쌀부대를 옮기고
구석구석 묻어 있는 버리지 못한 것들을 끌어내었다 ,

안 나오려고 숨어 있는 것 까지 잡아내어 쓸어 냈다
더러 작은 짐승도 들어 와서 집을 친 것도
부셔 버렸다.

그리고 벽을 판자로 못을 박고 막았다.
일상에서 처박아 두고 쓰지 않던 물건들을
비닐 백에 담아 문 밖에 내다 놓았다.

작은 미물이 살던 집을 헐어 버리고 닦아 냈다.
내속에 쌓인 버려야 할 것까지

그리고 10시를 기다렸다
콧날선 여인이 찾아왔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고
창고 문을 열어 세밀히 검토를 하더니
히죽 웃더니 좋다 한다.

그가 돌아가자 나는 다시 그 속을 채웠다 .
구석에 세워 놓은 지팡이 제 자리에 두고
조금은 비움이  남아있다
내 인생의 검사는 누가 할 것인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39 리플시의 달 박영호 2008.02.26 38
4738 독수리 꿈 박영호 2008.02.26 55
4737 삼월 -1- 이윤홍 2008.02.26 48
4736 작은 풀꽃 조만연.조옥동 2008.02.25 55
4735 출사표 出師表 서용덕 2008.02.25 45
4734 세도가 勢道歌 서용덕 2008.02.25 25
4733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2.25 48
4732 그대 품어 오기를 더 기다린다지요 유성룡 2008.02.25 50
» 검증 김사빈 2008.02.25 53
4730 과장 광고 오영근 2008.02.25 57
4729 사유(事由) 이월란 2008.02.24 46
4728 바다가 있는 풍경 지희선 2008.02.24 47
4727 '영원' 속에 사는 분 지희선 2008.02.24 46
4726 겨울풍경 고현혜(타냐) 2008.02.24 50
4725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고현혜(타냐) 2008.02.24 58
4724 이의(二儀) 유성룡 2008.02.23 61
4723 어느 날 꿈속에서 장정자 2008.02.23 58
4722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2.23 54
4721 '가난한 마음의 형상화를 위한 겸허의 미학' 조영철 시집 「시애틀 별곡」 문인귀 2008.12.06 43
4720 소리 정국희 2008.02.23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