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날의 풍경
2011.02.27 13:19
비가 흩뿌리는 후리웨이를 달린다
풀 숲 사이사이
허옇게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들
순간의 속도로 눈조리개가 작동한다
버려진 것들과
버려지지 않은 것들이
또렷한 영상으로 인화된다
소용이 다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고 만 소모품들
그리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
생명에 속한 것
생명에 속하지 않은 것의 이질감
섞일 수 없는 본질의 차이가
한 겨울
어느 모퉁이에 쳐박혀 바스러지는 쓸쓸함
가슴을 훑는다
짓눌린 먹구름이 울어댄다
하늘의 소리가
녹슨 가슴을 펌프질 하며
울컥울컥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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