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도 가끔은,

2008.03.07 08:37

장정자 조회 수:52

부부사이에도  가끔은  
지우개가  필요할  것  같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한걸음씩  에둘러  오면서
넘어져  아파  울어도  보고  
그  길이  아니라면서  저혼자  돌아  서  가버리는
참담함에  
가슴에  앙금이  쌓인  30여년  
세월의  무게
켜켜이  모아진  것들을  물로  쓸어  내리 듯
가끔은  지우개로  싹싹  지워  봤으면

어느날  빨래를  개키다가
유독  등짝만 한  구멍이  숭숭난   남편속옷을  보고
지난날  한으로  지새웠던  
분노들이  
지우개로  지워지는  것을  보았다

묵묵히  온갖  바람을  가슴으로  저항하며
그자리에  늘  그렇게  서  있는  나무,
한그루  나무  
기계에  짓눌려    
살갗같은  속옷이  
짓뭉개지는   것도  모른  채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나무가  되었던  것을

지나간  울림은  지워야겠다
물같이  지워야겠다

이  숭숭  뚫어진  속옷이
지우개로  변하여  
황망스레     눈물을  지우고  있다.
                                          장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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