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판소리엔 길이 없다
2008.03.19 04:50
당신의 판소리엔 길이 없다
밤을 걸어와
멀리서 바라본 조그만 창문
창호지가 밝히는 저 순한 불빛
토담 곁 그 아래로 다가서다 나는 들었다
당신의 판소리를
진양조 중몰이로 흐르는 당신의 판소리는
내 가는 귀로 몰려와 발목을 움켜잡고
추적- 추적- 온 몸 두드리는 밤비의 추임새에
뚝- 뚜둑- 뚝딱- 하!
젖은 가슴 다 쥐어짜는가
세월은 흐를수록 제 모습 상해가고
끝내 그 모습 흐려져도
당신은 이 세상에 흔히 없는 여자
여전히 맑고 앳된 요염한 당신인데
언제 판소리 한 가락에 깊은 상처를 새겼는가
발목타고 빗물 오르고
당신의 숨죽인 중중몰이 새빨간 통증으로 다가설 때
나는 보았다 당신의 발가벗은 알몸을
가장 깊은 그곳으로 암전暗電되어 흐르는 당신을
당신의 뜨거운 숫불에 입술을 씻은 것은
그날이 아니라 오늘
당신에게 나아갈 길도
당신으로부터 돌아갈 길도 모두 끊긴 바로 이 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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