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2008.04.30 16:16

이월란 조회 수:59

시나위


                                                                       이 월란





날 저무는 산신각에 잔줄 구겨진 할보무당
옥색 저대기 긴고름 설단 위의 부적처럼 너푼거리면
인간사 휩쓸고 간 물귀신, 중중모리 장단에 물숨이 꺾이랴
세상사 불사르고 간 불귀신, 자진모리 잔가락에 불꽃을 사그리랴
세간사 드날리고 간 바람귀신, 육자배기 흐느낌에 꼬리를 감추랴
발버둥이 육신들 길흉화복 건사하려 푸닥거리 기운이 넘쳐도
액막이 전별(餞別)하는 제향에 향불만이 승천하는 곳
서낭당에 비는 치성 눈물 한방울 줍지 못해
고달파 흩어지는 한숨 한줌 담지 못해
흰 베수건 어깨에 걸고 맴도는 발버드래 장단은
젓대 울리는 열 손가락으로 실보무라지 날리듯 감겨들고
가락 없는 *아니리 뽑아내는 목청, 거지중천에 공허한 삿대질로
신들린 박수무당 맥없이 널뛰는 애달픈 뜨락
거나한 푸닥거리만 신백을 불러들이는 남사당패 향연에
행랑채 사립짝문 속절없이 흔들리고
가래조 장단에 나비춤 추는 석고색 만다라꽃
                                            
                                                            


* 아니리 : 〖음악〗 판소리에서, 창을 하는 중간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39 토비의 창(견공시리즈 51) 이월란 2009.12.09 48
4938 UFO(견공시리즈 50) 이월란 2009.12.09 33
4937 편지 박정순 2009.04.18 61
4936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04 66
4935 어느 노신사의 호의 김수영 2010.02.27 50
4934 바이올린 오연희 2009.04.10 54
4933 촛불-자살 놀이 오영근 2008.06.30 52
4932 어느 곡예사의 옹이 장정자 2008.05.05 34
4931 콩나물국 최향미 2008.05.13 56
4930 미국의 창씨개명 고대진 2009.04.18 50
4929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02 57
4928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56
4927 상처 아물리기 노기제 2008.05.02 63
4926 아찔한 가정법 오영근 2008.05.01 43
4925 밤 과 등불 강민경 2008.04.30 58
» 시나위 이월란 2008.04.30 59
4923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63
4922 동굴 이월란 2008.04.29 78
4921 더불어 사는 나무 /미주문학 여름호2008 김영교 2008.04.29 50
4920 정찬열의 " LA에서 부르는 고향노래" 정찬열 2008.04.29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