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45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껍질이 벗겨진 하얀 속살
그 둥근 몸을 도마에 놓고
사각사각 잘라낸다.
토막난 그것을 잘게 다지며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찬밥 한덩이가 볶아지기를 기다리는
키 큰 아들은 무심히 어미의 눈물을 바라본다.
양파 때문이라고
양파를 다지면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라고

너는 모른다.
이 눈물의 의미를....
울 것이 많은 세상에서
꾹꾹 눌러온 슬픔
핑계삼아 이렇게 쏟아지는 것을

껍질이 벗겨진 네 어미의 하얀 속살
때로는 세상의 도마에서
토막나고 다져지며
날카로운 칼날에 난도질 당한다는 것을

결국은 기름에 볶아진 밥알 사이에서
네 입속에 씹혀지는 양파의 순종처럼
나도 흔적 없는 조각이 되어
세상에 먹힌 일이 많다는 것을

너도 언젠가는 알고야 말 이 아픈 세상사
미리 말해 무엇하리.
홀로 흘리는 어미의 눈물
단지 매운 양파 때문이라며
김이 나는 볶음밥 한 접시 무심히 받아드는 너

너는 이 눈물의 의미를 모른다.


⊙ 발표일자 : 2001년11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첫사랑 2 박경숙 2002.11.15 634
49 건널목에 서서 박경숙 2002.11.16 340
48 가벼운 것들 안에서 박경숙 2002.11.21 432
47 물질에서 정신으로 박경숙 2002.11.23 297
46 이별 박경숙 2002.12.07 338
45 이제는 뒹구는 기쁨 박경숙 2002.12.19 374
» 너는 이 눈물의 의미를 모른다. 박경숙 2003.01.19 845
43 내게 없었던 것들 박경숙 2003.01.20 379
42 인연 박경숙 2003.02.12 357
41 최근 소설목록 박경숙 2003.02.28 852
40 그들도 한 세월 전에는 박경숙 2004.03.21 296
39 The Caveman Who Left His Cave 박경숙 2004.05.23 11708
38 고향집 폐허 3 박경숙 2004.08.04 615
37 지금은 등불을 밝힐 때 박경숙 2004.09.11 262
36 추석날 아침 박경숙 2004.09.27 273
35 10월엔 푸른곰팡이로 핀다. 박경숙 2004.09.30 312
34 가을 줄타기 박경숙 2004.10.12 392
33 11월의 우요일 1 박경숙 2004.11.11 456
32 역삼동 성당* 1 박경숙 2004.11.28 624
31 흔들리던 가을 뒤에* 4 박경숙 2004.12.01 38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1
전체:
104,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