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7 05:25

추석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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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켜 내린 환한 햇살 속
소슬히 불던 바람
토담가엔 꼬까옷 입은 아이들이 모여
아침부터 구슬치기 딱지치기
기실은 새 옷 자랑 놀이였던 것을

불고기 한번 못 먹었다는 영님이네 부엌에도 기냄내가 돋고
도시로 떠났던 아들딸들 방마다 가득 차
고단한 줄 모르는 어머니 발걸음이
장독으로 우물로 분주히 오갔다.

한 40년 지나  
엊저녁 달리던 이국의 프리웨이 하늘에도
멍석만한 보름달이 둥싯 떴더라.

추억은 둥근달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회한은 달과 나 사이 진공처럼 고요한 통로를 통해
추석 달로 빨려들어 갔다.

어머니, 아버지, 오라버니, 언니야,
더러는 그 시절의 친구까지 가버린 이 추석아침,
이국땅 아니었어도 그들을 만나 볼 수는 없어라.

지금도 거기 어디 고향땅 다른 집 대문가엔 웃음이 솟고
추석빔 입은 아이들 모여 노는 아침일까.
엊저녁 달에게 회한을 앗긴 나는
쓸쓸하지도 않아라.

오늘밤 더 둥글어진 달과 만나는 일만
기다려지는 추석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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