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7 05:25

추석날 아침

조회 수 273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엇비켜 내린 환한 햇살 속
소슬히 불던 바람
토담가엔 꼬까옷 입은 아이들이 모여
아침부터 구슬치기 딱지치기
기실은 새 옷 자랑 놀이였던 것을

불고기 한번 못 먹었다는 영님이네 부엌에도 기냄내가 돋고
도시로 떠났던 아들딸들 방마다 가득 차
고단한 줄 모르는 어머니 발걸음이
장독으로 우물로 분주히 오갔다.

한 40년 지나  
엊저녁 달리던 이국의 프리웨이 하늘에도
멍석만한 보름달이 둥싯 떴더라.

추억은 둥근달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회한은 달과 나 사이 진공처럼 고요한 통로를 통해
추석 달로 빨려들어 갔다.

어머니, 아버지, 오라버니, 언니야,
더러는 그 시절의 친구까지 가버린 이 추석아침,
이국땅 아니었어도 그들을 만나 볼 수는 없어라.

지금도 거기 어디 고향땅 다른 집 대문가엔 웃음이 솟고
추석빔 입은 아이들 모여 노는 아침일까.
엊저녁 달에게 회한을 앗긴 나는
쓸쓸하지도 않아라.

오늘밤 더 둥글어진 달과 만나는 일만
기다려지는 추석아침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첫사랑 2 박경숙 2002.11.15 634
49 건널목에 서서 박경숙 2002.11.16 340
48 가벼운 것들 안에서 박경숙 2002.11.21 432
47 물질에서 정신으로 박경숙 2002.11.23 297
46 이별 박경숙 2002.12.07 338
45 이제는 뒹구는 기쁨 박경숙 2002.12.19 374
44 너는 이 눈물의 의미를 모른다. 박경숙 2003.01.19 845
43 내게 없었던 것들 박경숙 2003.01.20 379
42 인연 박경숙 2003.02.12 357
41 최근 소설목록 박경숙 2003.02.28 852
40 그들도 한 세월 전에는 박경숙 2004.03.21 296
39 The Caveman Who Left His Cave 박경숙 2004.05.23 11709
38 지금은 등불을 밝힐 때 박경숙 2004.09.11 262
37 10월엔 푸른곰팡이로 핀다. 박경숙 2004.09.30 312
36 가을 줄타기 박경숙 2004.10.12 392
35 고향집 폐허 3 박경숙 2004.08.04 615
» 추석날 아침 박경숙 2004.09.27 273
33 11월의 우요일 1 박경숙 2004.11.11 456
32 역삼동 성당* 1 박경숙 2004.11.28 624
31 흔들리던 가을 뒤에* 4 박경숙 2004.12.01 38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5
어제:
81
전체:
105,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