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16 03:04

가로질러 가다가

조회 수 840 추천 수 62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5월 햇빛 속에 무심히 도시를 가로지르다
붉은 신호에 걸려 멈춘 자동차
건너편 텅 빈 길에 넝마가 떨어져 있다.
잿빛 뭉치에서 풀려나온 몇 가닥 붉은 실들·······

잠시 후 근시 선글라스 내 눈에 명확해진
그 넝마는
강아지 인지 고양이 인지  
살아 있던 것의 해진 몸뚱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 위를 지나는 자동차들 무게에
그것은 자꾸만 납작해진다.

나도 숨을 멈추면 저것과 다름없을 허무한 몸뚱이
왜 그리 애면글면 산다는 것 뒤척였나.
길 위에서 길에 합쳐지는 것과
땅속에서 땅과 합쳐지는 것 뭐가 다르다고

5월에 피는 꽃들 뒤에
저렇게 죽어서도 아픔을 당하는 것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마다에
분홍빛으로 터진 저 꽃송이들
신의 열꽃이었나.
할말 다 못하고 떠나야 했던
생명 있던 것들 남모르는 절규  
바람으로 날리다
저리 붉게 응축 되었나.
오늘은 꽃이 꽃이 아니다.

분명 살아서 길에 뛰어 들었을 저 잿빛 뭉치
너덜너덜 해지는 것을 보며
열꽃 피우던 내 입술
꽃빛 띠우던 내 뺨
5월 가지 끝에 매달아 놓는다.

창백한 낯빛으로 가로질러가는
이 도시 한 가운데
꿈틀대며
내 안에 살아나는 것들
냉정히 밟고 지나가 버린다.

?
  • ?
    정국희 2006.08.29 14:38
    이쁜 경숙씨
    문학나무에 나오는 소설 너무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시까지...
    부럽습니다
    얼굴도 이쁘고 마음도 이쁘고 글까지...
    좋은 만남 가진것 고맙구요
    앞으로 이쁜 독자가 되겠읍니다
  • ?
    박경숙 2006.08.30 02:23
    국희님!
    잘 들여다보지 않는 창작실에 새로운 꼬리글 표시가 보여
    크릭했더니 반가운 손님이시네요.
    첫눈에도 다정다감하신 분이란 걸 눈치챘지요.
    그날 좀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저는 그날 밤 공항 다녀와 이틀 동안 비실거렸네요.
    제 체력이 그것밖에 안됨이 서럽지만 그래도
    멀리서 온 은자씨에게 그렇게라도 하고나니 혼자 뿌듯!
    종종 오세요. 독자 되어주시겠다니 갑자기 행복해 집니다. 감사! 감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흔들리던 가을 뒤에* 4 박경숙 2004.12.01 389
49 탄생 박경숙 2005.06.29 432
48 캔디의 흔적 박경숙 2009.01.23 488
47 추석날 아침 박경숙 2004.09.27 273
46 최근 소설목록 박경숙 2003.02.28 852
45 체리 향기 옆에서 4 박경숙 2005.07.14 856
44 첫사랑 2 박경숙 2002.11.15 634
43 지금은 등불을 밝힐 때 박경숙 2004.09.11 262
42 접속 박경숙 2006.12.29 623
41 전생을 봐드립니다. 박경숙 2007.01.13 1565
40 장닭 한 마리가 박경숙 2006.07.06 633
39 인연 박경숙 2003.02.12 357
38 인생의 4계절 박경숙 2005.06.04 552
37 이제야 사랑을 박경숙 2005.06.20 430
36 이제는 뒹구는 기쁨 박경숙 2002.12.19 374
35 이사를 하면서 박경숙 2005.06.06 305
34 이별 박경숙 2002.12.07 338
33 오해를 받을 때 말없이 사랑하여라. 2 박경숙 2005.05.31 702
32 오빠를 묻다. 박경숙 2006.04.14 575
31 역삼동 성당* 1 박경숙 2004.11.28 62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10
전체:
105,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