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 누며 드리는 기도 ♣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밥상에 앉아 생명의 밥이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며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오늘 이 아침에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눌 때에도 기도하게 하옵소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반성하게 하옵시고
남의 것을 빼앗아 먹지는 않았는지
일용할 양식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먹지는 않았는지
  
이기와 탐욕에 물든 것을 먹은 것은
없는지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어제 사랑을 먹고 이슬을 마시고
풀잎 하나 씹으면
오늘 내 똥은 솜털구름에서 미끄러지듯 술술 내려오고
어제 욕망을 먹고 이기를 마시고
남의 살을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제아무리 힘을 주고
문고리를 잡고 밀어내도
똥이 똥구멍에서 꽉 막혀 내려오질
않습니다.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똥 한 번 제대로 누지 못하며
살아가는 가엾은 저를 용서 하소서.
  
내일 눌 똥을 염려하지 않고
오늘 내 입으로 들어갈
감미롭고 눈이 먼
장님 같은 내 인생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느님,
어제 먹은 것을
오늘 비우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누는 시간은
내 몸을 비워 바람이 통하게 하고
물이 흐르게 하고
그래서 하느님 당신으로 흐르게 하는
시간임을 알게 하소서.
  
오늘 똥을 누지 않으면
내일 하느님을 만날 수 없음에
오늘 나는 온힘을 다해
이슬방울 떨구며 온 정성을 다해
어제 내 입으로 들어간 것들을 반성하며
똥을 눕니다.
  
오늘 내가 눈 똥이 잘 썩어
내일의 양식이 되게 하시고
오늘 내가 눈 똥이 허튼 곳에 뿌려져
대지를 오염시키고 물을 더럽히지 않게 하옵소서.
  
하느님
오늘 내가 눈 똥이
굵고
노랗고
길으면
어제 내가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살았구나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오늘도 그렇게 살아야지
감사하며
뒷간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게 하옵소서.


*   *   *  *   *  *   *

후기
저희 수도자들은 수도생활을 잘하는지 아닌지
보는 일차적 관점은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가에 있는데
여러분들도 자신의 건강 저울질 해보시고 또한 곱씹고
음미해보시어 영육간의 도움되길 빕니다.

이글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박문식 관구장님이
피정중에 많이 전해주셨다는데 작자는 아직
정확히 아는 바 없습니다. 행복하세요.

동그라미 예로니모 수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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