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병(治病)

2008.05.07 16:16

이월란 조회 수:0

치병(治病)



                                           이 월란





주치의는 애써 병명을 말해 주지 않았다
고질병이거나 혹독한 치병과정이 있는게 분명했다
다만 통증이 오면 맞으라고 마취제를 주었다
지난 폭염(暴炎) 흐무러지게 살 올랐던 여름꽃잎 하나가
그 때 보았던 책 속에 들어있다
오늘 아침엔 바싹 야위어 탈색된 그 꽃판을
바스라뜨려 쓰레기통에 뿌렸다
보란 듯이 피어 있는 꽃을 따다 박제해 버리는 것이
사랑인지도 몰랐다
이미 죽어 있는 꽃잎을 책 속에 갖다 박아 놓는 것이
이별인지도 몰랐다
어제 맞은 것이 마지막 마취제였다
나의 중추신경은 이제 막 짚불처럼 잦아든
생명의 기능을 되찾고 있다
해는 중천에 떠 있는데
블라인드를 내리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        
                                      
                                         2007-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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