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시집

2008.05.09 11:48

이월란 조회 수:0




골목길


                                                                               이 월란




몸뻬 허리춤을 잡고 징얼대는 사내아이
한 대 쥐어박곤 못이기듯 구멍가게로 총총 사라진 모자
삶이 버거워 휘어지는 쇠옹의 허리, 귀퉁이 돌아 한번 펴 보지만
엇박자로 디딘 자국, 갈라진 돌개루 사이로 시름만 고이고
고샅 구석빼기 녹아나던 봄볕에 젖어 말뚝잠을 자던 걸인
해걸음에 하루를 밟고온 행자들의 만신에서 뚝뚝 떨어져내리던
피날의 파편과 곤비의 보풀들이
유랑하는 바람따라 구석으로 구석으로 쌓여만 가고
회명 속 두 그림자
주워담지도 못할 철없는 약속 흩뿌리며 틈을 메우고
그렇게 하루를 지우고 골목길따라 잠적해버린 세인들
야트막한 담벼락엔 코후비던 조무래기들의 손때 위에
덧칠한 열손가락 생의 지문들이 한숨으로 베어들고  
가는귀 먹은 노인네 안방에서 흑백 텔레비전 소리 웅성웅성 번져나오면
무작스럽게 발라진 시멘트벽의 숨통은 덧창사이로 새어나오던
불빛 속에서 어둠을 헤아리고 있는데
대중목욕탕에서 젖은 머리 찰랑이며 돌아오던 세 자매
대문이 보이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먼저 달려가던
작은언니의 그 하찮은 버릇에 지금 왜,
마늘 깨문 혀처럼 가슴이 아려 서러워 오는것인지
그리움의 터가 되어 자꾸만 좁아지던,
지금은 휑하니 비어 누군가 참지못해 허물어버린
기억의 신작로로 아스라이 이어진 그 골목길
                                            
                                                                         2007-03-1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99 크리스토 레이 마을 최영숙 2014.10.06 18
10398 남편의 회초리 차신재 2014.10.05 139
10397 시계 차신재 2014.10.05 21
10396 황홀한 비명 차신재 2014.10.05 23
10395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차신재 2014.10.05 15
10394 나비의 노래 차신재 2014.10.04 16
10393 가장 더러운 벌레 차신재 2014.10.04 97
10392 새벽기도 차신재 2014.10.04 17
10391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차신재 2014.10.04 17
10390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19
10389 노을꽃 박영숙영 2014.10.04 20
10388 가을 인생 박영숙영 2014.10.04 24
10387 피어라 무궁화 꽃이여 박영숙영 2014.10.04 18
10386 유명품은 씨았인가 박영숙영 2014.10.04 17
10385 가로수는 배 고프다 박영숙영 2014.10.04 17
10384 열정과 희망사이 박영숙영 2014.10.04 16
10383 오늘도 걷는다마는 1 서용덕 2014.10.03 5
10382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7
10381 회복하는 출혈 서용덕 2014.10.01 15
10380 이국의 봄날 차신재 2014.10.0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