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하나


                                           이 월란




해저를 기어다니는 기억층에
생매장 되어있던, 그리움 하나
망각의 휘장을 하나 둘 걷어내고 걸어나오면


밤의 해면에 띄워진 오백촉짜리 집어등마냥
꺼질 듯 불 밝히는 촛불같은 심사
정체불명의 우울에 이목구비 새겨넣고
생기 불어담은 얼굴앞에


두 눈 가득 혼암 속
너덜너덜 시달린 가슴팍에
하르르 지고 있던 꽃잎들


3%의 알콜처럼 혈류를 타고 오르는
검붉은 추상(秋霜)같은 오한 속


하늘은 너무 파랬고
사루비아는 너무 빨겠고
잔디는 너무 초록이어서
서로 누명을 쓰겠다고 달려드는 풍경들


종일 가슴 속에서 미리
지고 있었던 숯불같은 꽃잎들
밟으며 지나온 지친 하루 끝에
애원하듯 매어달린
으깨어진 그리움 하나
                        
                                       20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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