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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월란




책상 밑에 볼펜을 자주 떨어뜨린다. 동글동글 굴러가길 좋아하고 거침없이 추락해버린다. 수직으로 떨어진 자리야 뻔하지만 또 굴러간다.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다. 어느 날, 떨어진 볼펜을 찾아 책상 아래 머리를 박고 이리저리 기어다녔다. 손에 익은 볼펜이 만만해서이기도 하지만 하찮은 물건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짜증이 나지 않던가. 볼펜을 찾아 다시 기어나올 땐 머리를 부딪혀 혹을 달고 나오기도 한다


진실을 찾아 그렇게 기어다녀 본 적이 있는가.
종종 진실이란 것이 200원짜리 모나미 볼펜 만도 못할 때가 있지 않던가


둘째 아이가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쇼핑몰에서 잠시 아이를 잃은 적이 있었다. 세상이 노랬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일시정지 상태였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무서운 정적, 피가 거꾸로 흘렀다. 아이들은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고 한다. 그 아일 찾고나서 그 말을 믿게 되었다.


진실을 잃어버릴 때마다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처럼 혼절해 버린다면
세상은 모두 동결상태가 되어버리겠지
우린 모두 쇼크사로 저승길 단체여행을 가지나 않을까
그렇게 코메디의 한 장면으로 막을 내리는게 인생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종종 뭔가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땐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씩씩거리며 무언의 항거를 하다 잠들어버리곤 한다


진실을 잃어버리는 날, 나도 그 아이처럼 책상 밑으로 들어가
그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며 잠이라도 들고 싶다
누군가 토닥이며 진실을 찾아주겠다고 깨워 줄 때까지


우린 오늘도 진실의 플라시보 알약을 한 움큼씩 입안에 틀어 넣고 사는지 모른다
<진실> 이라고 씌여진 약통을 손에 쥐고서

                                                                                                                                         2007-06-04                                  




*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 : 위약(僞藥) ꃃ〖약학〗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얻도록 하려고 주는 가짜 약 또는 약효는 없으나 생체에 유효한 약제의 효용 실험을 위해 대조약으로서 투여하는 물질. 비유로 위안, 아첨, 알랑거림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