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문이 열리다

2010.08.25 14:47

강성재 조회 수:711 추천:163

가을로  가는  문은
어떤  폭우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안팎이  서로  등  돌린
삶의  풍경을  흩뜨리는   급류에도
남아있는  마지막  온기를  나누어  주면서
조여드는  목울대  속으로
각을  세운  못  날이  
가까스로  굽어  드는데
향기를  뿌리던  지난  여름이여
저무는  햇살  가로질러  
성긴  옷  깃  사이로
더디  여물고  쉬  버려지는  생들이
하얗게  탈색된  한  올의  머리칼같이
고단한  잔영을  눕히는  저녁 나절
가을로  가는  문은  조용히  열리고
걸어가는  자의  아쉬운  회한이
아직은  빛나는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때
어두울수록  더  적막한
끝이없는  터널의  틈새  사이로
무언가를  남기려는  듯
무거운  침묵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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