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2008.05.10 10:07

이월란 조회 수:62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 월란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빈궁한 부락에 태반(胎盤)같은 성(城) 하나 쌓아가는 것
인비늘 뽀얗게 쌓인 망각의 거친 땅을 일구어
기억의 나무를 심고 서로의 나이테가 고리를 물면
너의 나이를 내가 먹고, 나의 나이를 네가 먹는 것


성벽 에두른 담쟁이 넝쿨이 되어 서로를 타고 오르는 것
잎맥이 맞닿아 들숨과 날숨으로 서로를 호흡해도
서로의 안에 살아지지 않아 자꾸만 숨이 가빠오는 것
머문 듯 떠 다니는 발은 땅에 닿지도 못해
내리고 또 내려 두 발 사이로 애간마저 녹아내리고


정처없는 불립문자의 유랑으로
돌아서면 기억세포마저 건망으로 허물어져
끊임없이 다시 돌아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
만져도 만져도 만져지지 않아 서로의 홍역을 대신 앓다
마음 끝에라도 붉은 발진 피워내는 눈비음 같은 것


폐농의 벌판같은 황량함 맨정신으로 삼켜도 삼켜지지 않아
풋살구 깨문 입안에 침 고이듯
수척한 등롱 흔들어대는 눈물만 흥건해지는 것


서로의 허파가 되어 떠다니는 신비한 부유(浮遊)
그 눈부신 쓰라림

                                        
                                                          2007-08-1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62
535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69
5357 아인슈타인을 닮았나 고대진 2009.04.18 55
5356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9
5355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55
5354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60
5353 복권 즐기기 고대진 2009.04.18 58
5352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59
5351 행복한 무기수------------------신문 이월란 2008.05.10 65
5350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7
5349 별 2 이월란 2008.05.10 56
5348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49
5347 군살 빼기 고대진 2009.04.18 60
5346 별-------------------시사,시집,신문 이월란 2008.05.10 73
5345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59
5344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60
5343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64
5342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65
5341 밤색 재킷과 구두닦이 김영강 2009.09.05 50
5340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