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몽(迷夢)
2008.05.10 14:22
미몽(迷夢)
이 월란
오늘, 당신과 겨울 바닷가에 갔습니다
손을 꼭 잡고 갔는데 서로 닿을 수 없는 두 발은 시리기만 했습니다
거짓말처럼 눈이 내리고 올려다 본 하늘은
눈안개로 눈이 멀어 있었습니다
바다는 해면의 정교한 물살을 해탈한 듯 거룩한 몸짓으로
뭍으로 뭍으로 보내면서도 내리는 눈송이들을 흔적없이 삼켰습니다
우린 그동안의 기다림으로 목이 자란 겨울부츠를 신고
그리움의 애달픈 긴 목을 모랫벌같은 현실에 푹푹 빠뜨리면서도
하루종일 빈조개를 주웠습니다
웬일일까요? 우리의 삶은 상처투성이
뵉?것보다 부서지고 금간 사금파리같은 조가비에 절망같은 피가 납니다
독이 오르면 안된다고 나의 상처를 빨아들이는 당신의 얼굴에
설익은 망고빛 노을이 빈하늘처럼 내리고
새큼새큼 첫사랑같은 가슴이 저립니다
묵시의 바다에 생채기만 가득 남겨 놓고 그래도 안되겠다
나를 업고 돌아오는 당신의 낯선 등이 이내 젖고 맙니다
2008-03-06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5519 | Daylight Saving Time (DST) | 이월란 | 2008.05.10 | 53 |
| 5518 | 꽃씨---------------------신문,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43 |
| 5517 |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 이월란 | 2008.05.10 | 55 |
| 5516 | 비상구 | 이월란 | 2008.05.10 | 47 |
| » | 미몽(迷夢) | 이월란 | 2008.05.10 | 61 |
| 5514 | 쬐만한 세상 | 최상준 | 2010.06.13 | 41 |
| 5513 | 흔들리는 집 | 이월란 | 2008.05.10 | 52 |
| 5512 | 너를 쓴다 | 이월란 | 2008.05.10 | 49 |
| 5511 | 병상언어 | 이월란 | 2008.05.10 | 60 |
| 5510 | 팥죽-------------------------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49 |
| 5509 | 봄밤--------------------------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42 |
| 5508 | 광녀(狂女)--------------------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56 |
| 5507 | 여든 여섯 해--------------신문,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51 |
| 5506 | 편지 | 박정순 | 2008.07.27 | 38 |
| 5505 | 새벽에 마시는 커피 | 박정순 | 2008.07.27 | 53 |
| 5504 | 입추(立秋)--------------------시집2 | 이월란 | 2008.08.08 | 61 |
| 5503 | 한강을 지나며 | 박정순 | 2008.07.27 | 39 |
| 5502 | 인사이드 아웃 | 이월란 | 2008.05.10 | 60 |
| 5501 | 노안(老眼)------------------시집2 | 이월란 | 2008.05.10 | 64 |
| 5500 | 생인손 | 이월란 | 2008.05.10 | 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