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뽑은 날

2009.04.14 04:23

이영숙 조회 수:49

“이빨 뽑은 날”


나는 이렇게 말 하는데
나오는 말은 저렇게 나온다
반듯하게 발음을 하지만
나오는 말에 바람이 섞인다

분명 ‘가갸’라고 했는데
‘거겨’라고 듣는 너
네 잘못인지 내 잘못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체스’ 한판 두자면
‘채소’를 들고 오고
‘주스’ 한 잔 마시자니
‘주소’ 적어 내민다

언어의 혼란은
이빨 뽑던 날 새벽 전
바벨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바람에 떠다니는 말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주먹으로 말한다
돈으로 말한다
그리고
남남이 된다

믿음은 이빨과 함께 뽑혀 나갔고
의리는 물고 있는 솜 속으로 다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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