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02 06:58

고향의 향나무

조회 수 1311 추천 수 38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향의 향나무

오정방



동해, 푸른 바닷가 조그만 내고향 마을 어귀에
오늘도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있는 한 그루의 향나무,
가볍게 바람에 날리던 씨앗 하나 어쩌다 거기 떨어져
풍우한설 견뎌내며 끊임없는 파돗소리에 키가 자랐고
쉴 새 없는 바닷바람에 몸이 굵어졌던 그 향나무,
아버지 때에도 있었고 할아버지 때에도 있었고
할아버지의 그 아버지, 그 할아버지 때에도 있었던
어릴 적 아무도 그 수령樹齡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아
아직도 내 머리론 그 나이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족히 천년을 바라볼 그 늙디 늙은 향나무,
고향을 떠나가는 사람에겐 잘 다녀오라 배웅하고
바람처럼 떠돌다 고향에 다시 돌아 온 사람에겐
잘 다녀왔느냐고 미소지으며 반겨맞는 그 향나무
비가 내릴 때는 빗줄기를 피하도록 팔을 벌려서 가려주고
햇빛 쏟아질 때는 그늘 밑으로 불러 주는 고마운 그 향나무,
나무 아래 응달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세상 돌아가는 사정엔 별관심 없는 동네 어르신네들
소일거리로 두는 장기판에 넌지시 훈수까지 하는 그 향나무,
북망산천으로 마지막 떠나가는 수 없는 꽃상여가
갈 길이 아무리 급하다해도 잠시 쉬어가도록
선뜻 자리를 내어주는 너그럽고 참 잘 생긴 그 향나무,
타향에 떠도는 수많은 고향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는 현재 너무 너무 멀리 그를 떠나와 살지만
지금도 나 언제 고향땅에 돌아오나 고대하고 있을
그 늠름한 향나무가 오늘따라 몹시 그리워진다

<2004. 4. 1>



*필자의 고향은
경북 울진군 울진면 온양1리(양정)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3 신앙시 강하신 주여 오정방 2015.09.08 286
892 수필 어머니와 임연수어林延壽魚 오정방 2015.08.25 285
891 현대시 임 보(林步) 시인의 ‘팬티’를 읽다가… 오정방 2015.09.25 284
890 전춘희와 소리 오정방 2015.08.25 279
889 현대시 어느 세계지도 속의 한반도韓半島 1 오정방 2015.09.24 278
888 현대시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오정방 2015.08.29 277
887 현대시 콜롬비아 강에 어둠이 덮일 때 오정방 2015.09.24 276
886 축시 반석위에 튼튼한 교회를! 오정방 2015.08.29 276
885 현대시 월드컵, 스위스 시계를 멎게 하라! 오정방 2015.08.27 269
884 오늘은 어느 산으로 가셨습니까? 1 오정방 2015.09.12 266
883 꽃의 시인, 꽃처럼 지다 오정방 2015.08.13 266
882 축시 <신년축시>보듬고 껴안고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오정방 2015.09.25 262
881 현대시 숲속으로 간 여인 오정방 2015.08.25 261
880 수필 희한한 농구籠球시합 이야기 오정방 2015.09.01 260
879 현대시 자치기 놀이 오정방 2015.09.12 257
878 현대시 지금 인생의 몇 시를 지나고 있습니까? 오정방 2015.09.16 256
877 현대시 아직은 이별의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니다 오정방 2015.09.15 256
876 수필 다시 태어나는 詩 1 오정방 2015.09.10 256
875 현대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점 차이로만 일본을 이겨다오 1 오정방 2015.08.26 256
874 현대시 지금도 탑동공원의 그 함성이... 오정방 2015.09.15 253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2
어제:
9
전체:
193,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