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02 06:58

고향의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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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향나무

오정방



동해, 푸른 바닷가 조그만 내고향 마을 어귀에
오늘도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있는 한 그루의 향나무,
가볍게 바람에 날리던 씨앗 하나 어쩌다 거기 떨어져
풍우한설 견뎌내며 끊임없는 파돗소리에 키가 자랐고
쉴 새 없는 바닷바람에 몸이 굵어졌던 그 향나무,
아버지 때에도 있었고 할아버지 때에도 있었고
할아버지의 그 아버지, 그 할아버지 때에도 있었던
어릴 적 아무도 그 수령樹齡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아
아직도 내 머리론 그 나이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족히 천년을 바라볼 그 늙디 늙은 향나무,
고향을 떠나가는 사람에겐 잘 다녀오라 배웅하고
바람처럼 떠돌다 고향에 다시 돌아 온 사람에겐
잘 다녀왔느냐고 미소지으며 반겨맞는 그 향나무
비가 내릴 때는 빗줄기를 피하도록 팔을 벌려서 가려주고
햇빛 쏟아질 때는 그늘 밑으로 불러 주는 고마운 그 향나무,
나무 아래 응달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세상 돌아가는 사정엔 별관심 없는 동네 어르신네들
소일거리로 두는 장기판에 넌지시 훈수까지 하는 그 향나무,
북망산천으로 마지막 떠나가는 수 없는 꽃상여가
갈 길이 아무리 급하다해도 잠시 쉬어가도록
선뜻 자리를 내어주는 너그럽고 참 잘 생긴 그 향나무,
타향에 떠도는 수많은 고향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는 현재 너무 너무 멀리 그를 떠나와 살지만
지금도 나 언제 고향땅에 돌아오나 고대하고 있을
그 늠름한 향나무가 오늘따라 몹시 그리워진다

<2004. 4. 1>



*필자의 고향은
경북 울진군 울진면 온양1리(양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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