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을 만나다/한국일보6/30/08

2008.07.01 23:50

김영교 조회 수:75

수많은 만남의 나무들이 울창한 이민의 숲에
‘판문점’ 나무 한그루 서있다.

각가지 크고 작은 수목들 사이
헐벗어 춥고 긴 겨울밤을 용케 견디면서
불순한 정치기후, 사상의 비바람에 부대끼며
배고픈 비탈에 위태롭게 서서
역사를 지켜보는 곧은 시선의 나무

다른 이념의 뿌리가 남과 북을 달려
오갈 수 없는 계곡은 아득하여
응어리 깊은 분단의 아픔, 혼자 감당하느라
하늘도 숨이 턱턱 막히던 답답함이여

형제아비의 생사가 궁금해 눈치 보던 긴장감
같은 말로 '고향의 봄'을 노래해도 불신은 끝과 끝

지금은 태평양을 이마에 달고
세상은 크릭 안에
이토록 빠르게 열리고, 거리는 가까운데
다가오는 통일의 속도는 왜 이리 더딘가
가슴이 타는 판문점은 벌서 숱 덩어리

40여년 그리움의 간격으로 가장 가깝게 멀리 서서
지척에 둔 지구 끝의 이 절절한 보고픔은
골수를 파고들어 피를 말린다

손바닥 하늘 아래
목이 멘 눈물이 토설하고 침묵하는
목마른 인연의 나무 이야기,‘판문점’

이제, 무성한 정보의 잎, 뻗는 역사의 가지
위아래를 향한 여정이 푸르게 몸부림친다

나의 기다림, 너의 허기짐을 뛰어넘어
판문점은 통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날에는 산맥이 하나로 뻗어
메아리도 하늘에 닿을 것이다.

-김일홍의 '판문점' 그늘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39 빗물 이월란 2008.07.07 65
5738 기도와 핸드폰 오영근 2008.07.07 50
5737 모나크나비는 이월란 2009.04.14 48
5736 새벽기도 이월란 2008.07.06 57
5735 추월--------------------------시집2 이월란 2008.07.05 54
5734 정겨운 아침 백선영 2008.07.06 56
5733 붉은 남자 ----------------신문,시집2 이월란 2008.07.04 65
5732 올 독립 기념일에는 최향미 2008.07.03 62
5731 미치게 하는 일 노기제 2010.06.11 49
5730 아내 생일날 강성재 2010.06.14 61
5729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67
5728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황숙진 2008.07.02 53
5727 흔들림 II 백선영 2008.07.02 57
5726 아름다운 용서 신영 2008.07.02 46
5725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신영 2008.07.02 34
5724 유월의 하늘 신영 2008.07.02 52
» 판문점을 만나다/한국일보6/30/08 김영교 2008.07.01 75
5722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63
5721 근황 박정순 2008.07.01 41
5720 신의 숨소리<토요연재6> 김영강 2009.05.08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