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꿈
2008.07.07 22:10
어지러운 꿈
1
또 아슬아슬한 꿈이다.
언덕 길가에 세워둔 내 차가
제 홀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차가 양켠으로 즐비하게 주차해 있는
굽어진 언덕길로 굴러 내려간다
오 하느님, 운전자도 없이…
저 많은 차들 사이를...
나는 두 눈을 감아 버리고
잠시 아득해진 의식 속에 있다가
잠을 깬다
휴우-
2
또 어지러운 꿈이다.
내가 이제 막 결혼을 했단다.
살빛이 새까만 젖먹이가 내 앞을 기어가고
곁에서 얼굴이 새까만 여인이
흰 이를 드러내고
나를 보고 정답게 웃고 있다
내 앞을 기어가는 애가 내 아이고
그녀가 내가 결혼한 내 아내란다.
아니 !
나는 말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잠시 뒤 잠을 깬다.
그 때 느끼던 안도감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3
꿈 속에서는 내 나이가
아직 서른도 안됐다.
그래도 꿈속에서는 나이 타령이다
내 나이가 서른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단다
두 해를 더 다녀야 졸업을 한단다.
나는 눈 앞이 아득해지고
마음이 천근 만근 중압감에 짓눌린다.
아니 이를 어쩌지….
그러다가 잠이 깨인다.
* 초등 교사를 하며 주간대학을 다녔던 힘든 기억이
지금도 꿈속에서 나를 괴롭힌다.
4
프리웨이를 달리던 내 차가
갑자기 공중으로 뛰쳐 올랐다가
꺼꾸로 곤두박질을 친다.
순간 나는
아! 내가 죽는구나!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그러나 차가 떨어지는 기색이 없다
아, 꿈이로구나!
하면서 잠을 깬다.
5
내가 살인을 했단다.
곁에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있으니
달리 변명하거나 빠져 나갈 수도 없단다.
내가 평생 들어가 있을 감옥 안이 떠오르고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다시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다.
6
고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길이다
간이 정류장에서 잠시 하차했다 돌아와 보니
버스가 떠나 버리고 없다.
아아 내 짐가방!
바로 뒤 따라가는 차도 없고,
가까이는 택시도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잠을 깬다. 휴우-
이렇게 버스를 놓치는 꿈을
평생 수도 없이 꾸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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