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것에 대한 쓸쓸함
2008.08.10 04:45

토론토에 갔다 왔다. 짧은 여정, 뭘할까? 많이 계획도 세웠지만
오랫동안 내가 없었던 공간에는 내 손을 필요로 하는 것, 혹은 서울에서의 누적된 피로, 한없이 잠속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큰아이가 떠난 여행일정을 단축해서 달려오고...엄마의 짧은 여정을 맞춰서 가고 오는 철새처럼 아이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변화가 있는 듯 없는듯,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도시, 토론토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 서울에서 갖기에는 호사스런 수영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거진 측백나무와 자작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정원이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난 뒤, 수영장은 늘 혼자 집을 지켰고 넓은 수영장 관리 하느라 남편은 허리가 휜다고 했다. 짧은 여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댓가는 컸다. 그럼에도 푸른 물과 나무들, 저녁 파티션 아래서 책을 읽을 때나, 바베큐 파티를 할 때, 그네에 몸을 누이고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볼 때, 수영장은 뒷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해 주는 역할에서 90%를 차지했다.
남편이 관리하기 힘들다고 툴툴툴 했을 때 감지했던 일이지만 사라진 수영장의 넓은 공간위로 잔디를 옮겨 놓은 아직은 좀 어설퍼 보이는 그곳, 아름다움 잃어버린 곳에 대한 쓸쓸함은 오래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남편은 미적 감각보다는 효율성을 고려한 엔지니어로서의 관점으로 일을 처리해 놓았다. 덧붙여 집 관리 하기 힘들다고 팔고 콘도미니엄으로 이사를 하겠단다.
작은 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몇 에이커 저택도 아닌,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나는 아무것도 흔쾌히 손들어 줄 수 없었다. 이젠 다시 수영장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지는 않겠지만, 그로 인해 즐거웠던 추억들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곡처럼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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