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오정방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같은 맛은 아닌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 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 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숫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005. 1. 5>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3 | 시 | 아직도 해야할 일이 남아 있다 | 오정방 | 2015.08.27 | 86 |
392 | 현대시 | 아직은 이별의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니다 | 오정방 | 2015.09.15 | 256 |
391 | 아침 귀뚜리들 | 오정방 | 2004.01.14 | 472 | |
390 | 현대시 | 아침 달 | 오정방 | 2015.09.10 | 43 |
389 | 현대시 | 아침바다 | 오정방 | 2023.08.24 | 67 |
388 | 현대시조 | 아침산책 | 오정방 | 2023.08.12 | 31 |
387 | 시 | 아픔없는 천국에서 | 오정방 | 2015.09.08 | 178 |
386 | 수필 | 아호雅號에 대하여… | 오정방 | 2015.09.01 | 239 |
385 | 현대시 | 악플 | 오정방 | 2015.08.29 | 59 |
384 | 현대시 | 안개낀 아침 | 오정방 | 2015.08.17 | 27 |
383 | 안될 것은 안되는 것이다 | 오정방 | 2004.05.09 | 521 | |
382 | 앞만 보고 가는 세월 | 오정방 | 2004.05.09 | 708 | |
381 | 신앙시 | 야곱의 생애 | 오정방 | 2015.09.25 | 591 |
380 | 야산夜山 | 오정방 | 2004.01.14 | 487 | |
379 | 현대시 | 야생화野生花 | 오정방 | 2015.08.18 | 47 |
378 | 현대시조 | 양두구육羊頭狗肉 | 오정방 | 2015.09.17 | 97 |
377 | 현대시 | 양미리 | 오정방 | 2015.08.29 | 154 |
376 | 풍자시 | 어느 교수의 몰락 | 오정방 | 2015.08.26 | 62 |
375 | 풍자시 | 어느 금의환향禁衣還鄕 | 오정방 | 2015.09.08 | 72 |
374 | 시 | 어느 묘비명墓碑銘 | 오정방 | 2015.09.10 | 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