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2008.08.31 01:50
정용진
1. 우물가
샛별이지면
아침잠을 털고
새댁들이 물동이를 이고
마을 앞 우물가로 모인다.
시어머니가 어떻고
시누이가 어떻고
이웃 머슴이
옆집 과수댁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고
두레박으로
갓 길어 올린 물동이에
마을 소식들이 출렁인다.
가슴속 깊이 맺힌
고부간의 갈등 매듭을
인내의 세월로 풀고
또아리 위에 얹은
물동이의 물결이
온 마을 전설로 영글어간다.
2.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모진세월
어머니는 등 굽은
고목이 되셨고
또 하나의 마을 전설이
말 꽃(言花)로 피어난다.
1. 우물가
샛별이지면
아침잠을 털고
새댁들이 물동이를 이고
마을 앞 우물가로 모인다.
시어머니가 어떻고
시누이가 어떻고
이웃 머슴이
옆집 과수댁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고
두레박으로
갓 길어 올린 물동이에
마을 소식들이 출렁인다.
가슴속 깊이 맺힌
고부간의 갈등 매듭을
인내의 세월로 풀고
또아리 위에 얹은
물동이의 물결이
온 마을 전설로 영글어간다.
2.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모진세월
어머니는 등 굽은
고목이 되셨고
또 하나의 마을 전설이
말 꽃(言花)로 피어난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5959 | 떨어지는 별 | 이성열 | 2008.09.03 | 40 |
| 5958 | 장독대 풍경(주) | 김영교 | 2008.09.03 | 56 |
| 5957 | 꽃 | 오연희 | 2008.09.03 | 65 |
| 5956 | 사랑 7 | 이월란 | 2008.09.02 | 29 |
| 5955 |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들 | 이영숙 | 2008.09.03 | 57 |
| 5954 | 어른이 되는 날 | 오영근 | 2008.09.02 | 68 |
| 5953 | 뽀뽀 냄새 | 오영근 | 2008.09.01 | 49 |
| 5952 | 자해(自害)--------------------시집2 | 이월란 | 2008.09.01 | 62 |
| 5951 | 가을 소낙비 | 강성재 | 2008.10.06 | 61 |
| 5950 | 좋은 나라, 나쁜 나라 | 오영근 | 2008.09.01 | 39 |
| 5949 | 사랑한다면 / 석정희 | 석정희 | 2008.08.31 | 67 |
| 5948 | 권영숙 호박 | 김동찬 | 2008.08.31 | 56 |
| 5947 | 벼룩 | 이성열 | 2008.08.31 | 52 |
| 5946 | 착각 찬란 | 이성열 | 2008.08.31 | 51 |
| 5945 | Emerald Lake | 정용진 | 2008.08.31 | 56 |
| 5944 | Rocky Mountain | 정용진 | 2008.08.31 | 58 |
| 5943 | 길 | 안경라 | 2008.08.30 | 62 |
| » | 수다 | 정용진 | 2008.08.31 | 46 |
| 5941 | 포이즌(poison) | 이월란 | 2008.08.30 | 24 |
| 5940 | 10초 삼계탕 | 오영근 | 2008.08.29 |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