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2008.09.17 08:58

오연희 조회 수:55



 





억새꽃


 


                                              오연희


 


금빛 억새풀 물결치는 언덕아래


가을꽃이 슬픔처럼 놓여있는


공원묘지


억새꽃 부대낄 때마다


자지러질 듯


으악새 소리 들린다


 


으악새가 억새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하면


누가 믿으랴


 


누가 믿으랴만


눈물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


몇 번의 가을이 오고 가는 동안


잊었나 보다


그래야지, 그만 잊어야 살지


 


누렇게 이끼 낀 비석들


구성진 가락으로 가을을 불러대는


으악새 소리면 되지


그래야지, 그래야 죽은 자도 살지


 


 




2008년 9월 17일





-'심상'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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